한국서 무용 세계초연 무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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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세계시장 진출의 첫 발걸음을 한국 무대에서 시작하는 외국 무용이 있다. LG아트센터가 8월 9~11일 공연하는 캐나다의 세계적인 무용단인 '랄 랄 라 휴먼 스텝스(La La La Human Steps)'의 새 작품이 그런 경우다.

LG아트센터의 김의준 대표는 지난 7일 캐나다 몬트리올에 있는 이 무용단의 예술감독(안무)인 에두아르드 록(48)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밝혔다.

김대표는 "이 무용단이 신작을 준비하는 것을 알고 협의를 통해 이를 우리 공연장에서 세계 초연하기로 했다"며 "공연장의 질과 명성을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은 증거"라고 말했다. 앞으로 이 공연이 해외 투어를 나갈 경우 팸플릿 등에 반드시 'LG아트센터 세계 초연'이라는 문구를 넣게 된다.

올해로 창단 22년째를 맞은 랄 랄 라 휴먼 스텝스는 신흥 무용 강국인 캐나다가 자랑하는 현대무용단이다. 신체언어의 극한을 보여주는 현란한 움직임과 초고속의 속력에 바탕을 둔 혁신적이며 전위(아방가르드)적인 무용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최신작인 '소금(Salt)'은 1998년 일본의 사이타마 예술극장에서 세계 초연돼 작품 못지 않게 극장의 이름값도 올린 대표작이다. LG아트센터에서 선보일 새 작품은 '소금'이후 이 무용단이 4년 만에 내놓은 것이다.

몬트리올 시내의 무용단 연습실에서 만난 록은 언행(言行)에서부터 카리스마가 넘치는 절대 군주 같았다. '나는 완벽주의자다'라고 말하는 듯한 짧게 깎은 머리, 반듯한 차림새가 인상적이었다. 연습실 한켠에는 고도로 훈련된 테크닉을 구사하는 이 무용단의 특징을 웅변하듯 역기 등 각종 단련 기구들이 갖춰져 있었다.

록은 "신작의 제목은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작품의 길이는 1시간30~40분 정도가 될 것이며,이전 작품들보다 훨씬 역동적인 방식으로 신체 언어가 구현될 것"이라며 기대를 부풀렸다.

그는 무용수 대여섯 쌍의 움직임을 통해 신작의 조각들을 잠시 보여주었는데, 쉽게 눈이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속도감이 넘쳤으며 격렬했다.

일종의 속도광이지만 록은 결코 무용의 즉흥성을 용납하지 않는 '구조주의자'다. 그 뿐만 아니라 무용단원 대부분이 형식을 강조하는 클래식 발레 출신이다. 록은 "무용을 통해 움츠려 있는 우리의 사회적인 욕구를 맘껏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LG아트센터 공연 이후 2004년까지 세계 20여개국 60여개 도시를 순회할 예정이다. 총 1백40여회로 예상관객은 13만명이다. 02-2005-0114.

몬트리올=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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