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車 가동률 97%… 활기 찾는 부산경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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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부산 경제에 훈풍이 불고 있다.부산 신호공단에 있는 르노삼성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정상을 되찾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삼성차를 퇴출시키려는 움직임과 함께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실업자가 늘면서 대규모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으나 요즘에는 일손이 달린다고 야단이다. 지난달에는 9천여대를 생산, 공장가동률이 97%로 치솟았고 잔업을 해도 주문을 다 못댈 정도다. 부산 경제의 젖줄 르노삼성차의 공장과 납품업체 현장 경기를 짚어본다.

편집자

"2년 전만 해도 삼성차 퇴출문제가 불거져 하청업체 직원들은 일감이 없어 출근도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주문이 밀려 야근까지 하다니 꿈만 같습니다. 올 하반기에는 회사가 이익을 내 성과급도 준다고 하니 기대가 큽니다."

르노삼성차 납품업체 동성기공 근로자 김승국(32)씨의 말이다.

지난 15일 오후 8시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동성기공 공장. 1백여명의 근로자들이 야근을 하면서 르노삼성차에 납품할 시트를 조립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 회사는 1996년 삼성차 출범과 함께 설립됐지만 99년 3월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직원의 35%가 고용불안 때문에 퇴사하고 공장이 1년간 가동을 중단하는 등 경영난을 겪어왔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공장가동률이 1백%(1교대 기준)로 올라섰다. 올 들어 일감이 밀려 하루 두시간씩 야근을 할 정도다.

전시환 공장장은 "공장이 풀가동되면서 2,3차 납품업체들까지 줄줄이 정상을 되찾고 있다"고 말했다.

신호공단 부근의 1백40여개 부품업체뿐 아니라 지역 경제에도 온기가 확산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2000년 9월 프랑스 르노자동차가 인수한 후 공장가동률이 40%에서 97%로 급증하는 등 빠르게 정상화됐다.

올 1월에는 SM5 승용차를 9천3백28대 팔아 월별 실적으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밀리는 주문을 해결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증설, 이날 정오 공장에서는 고사를 지냈다. 이 라인이 가동하면 현재 45대인 시간당 자동차 생산대수(UPH)가 오는 6월께 30% 이상 늘어나게 된다.

차체생산을 담당하는 오직렬 이사는 "판매대수의 40% 정도가 적정 재고인데 현재 5%도 안돼 라인을 증설했다"며 "잔업을 해도 모자라 6월부터 2교대 철야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2천억원을 투자하고 하반기에만 6백여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정상화에 따라 불량률도 급감했다. 차량을 출고한 지 3개월 동안 애프터서비스를 받은 비율이 경쟁사와 비슷한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고객들이 '잔고장 없는 차'라는 입소문을 내고 다닐 정도다. 제롬 스톨 사장도 급격한 불량률 감소에 놀랐다고 한다.

입사 6년차로 섀시를 만드는 공정에서 근무하는 이성현(31)씨는 "2년 전만 해도 고용불안에 시달렸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근로자들 사이에 '불량률 제로에 도전하자'는 의욕이 넘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에는 공장가동 후 처음으로 성과급 2백%를 받았다.

부품업체들도 부도 위기를 극복하고 공장가동률이 90%를 넘자 직원을 더 뽑는 등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부산의 각종 경제지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부산 기업들이 느끼는 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해 2분기만 해도 90에 머물러 경기전망을 어둡게 보는 기업이 많았으나 올 2분기에는 1백30으로 급등해 낙관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르노삼성차의 생산유발 효과는 연평균 2조2천억원으로 부산 제조업 생산의 12.6%를 차지하고 있다. 또 연평균 3만8천명(부산 경제활동인구의 2.2%)을 고용하고 있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자동차산업의 회복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근로자들의 지갑이 두둑해지면서 부근 음식점들도 호황을 맞고 있다.

다대포 횟집 주인 이모씨는 "2년 전만 해도 장사가 안돼 횟집 매물이 많이 나왔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르노삼성차 직원들이 많이 찾아 식당들이 침체에 벗어났다"고 말했다.

부산=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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