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발 기업·회계법인들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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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해당 기업들과 공인회계사들은 "당시 금융감독원과 협의해서 회계 처리를 했는데 이제 와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은 정당한 회계처리를 인정 받기 위해 앞으로 행정심판 등 불복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을 감사했던 공인회계사들도 부당하다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억울하다는 기업들=LG산전은 금감원의 징계가 나온 뒤 ▶회계기준이나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 없고▶금융감독원과 사전협의를 거쳐 회계 처리를 했으며▶최대한 보수적으로 회계처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LG산전 관계자는 "동제련 사업 매각과 관련한 영업권 상각 규모를 정할 때 회계처리 기준이 불명확해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의 권고를 받아 처리 방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문제되는 것은 1999년과 2000년 연합철강에 투자한 주식평가 차익(평가금-매입가)인 4백20억원인데, 이는 판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즉 지분법상 이 차익을 20년 이내의 기간을 선택하게 돼 있는데 동국제강은 1년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데 이번에 정부는 3,5년은 괜찮고 1년은 안된다는 입장을 정해 처벌하려 하니 당혹스럽다"면서 "이 내용을 당시 감사보고서에 공시했는데도 이번에 문제 삼는 것을 보니 혹시 다른 목적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밝혔다. 한화 관계자는 "금융감독원 및 회계법인과 상의해 '별 문제없다'는 대답까지 듣고 1년 기간을 정해 출자한 회사의 손익에 대해 정액법으로 상각했는데 지금 와서 징계를 받아야 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4월에 새로 만든 감사 지침으로 이전의 회계처리를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감독원과 상의했다는 회계법인=삼일회계법인 관계자는 "동국제강의 경우 회계법인에서 규정을 확인했을 때 금융감독원이 '하지 말라는 규정이 없으니 할 말 없다'고 말해 놓고 이제와서 문제 삼으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이번 징계에 대해 공인회계사회 차원에서 대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이번 징계를 받은 기업들과 관련된 상당수 회계사들은 크게 격앙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한 공인회계사는 "기업들을 회계감사하면서 고심했지만, 기업 회계 담당자들이 '안된다는 규정이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고 우리도 금감원에 문의해본 결과 '문제없다'는 답을 받고 적정판정을 내렸다"면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잣대로 유수 기업에 분식회계 오명을 뒤집어 씌우면 이는 국가적 망신"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상·김창규 기자

분식회계와 관련된

주요 조치내용

▶1999년12월=대우그룹 분식회계 조사·감리특별반 구성

▶2000년 9월=대우계열 12개사 적발, 임원 21명 형사고발

▶2001년 4월=당정회의, 감사인 독립성강화 등 분식회계 근절방안 발표 금감원, 회계감리국 신설등 분식회계 감리기능 강화

▶2001년 8월=동아건설 적발, 해당 회계법인 징계 금감원, 경영진 즉각 해임등 신협 분식회계 감독 강화방안 발표

▶2001년 12월=코스닥기업 8개사 적발, 이중 2개사 검찰통보, 금감원,"회계감리결과조치도 의무공시해야"

▶2002년 3월=김대중 대통령, "분식회계 반드시 근절" 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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