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더이상 안참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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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얼굴)후보가 대세론을 포기하고 경선 전략 수정에 나섰다.

李후보는 14일 "그동안 인간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중상모략과 비방을 묵묵히 참아왔다"면서 "내가 후보가 되든 안되든 간에 이젠 전면 공세로 맞서겠다"고 말했다.

李후보 캠프는 비장한 분위기다. 울산·제주에 이어 광주에서도 대세론이 힘을 못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오전 긴급 대책회의에선 "대세론은 더이상 없다. 미적지근하게 대응하면 안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李후보의 한 측근은 "다른 주자들이 '차라리 한나라당을 찍는 게 낫다' '이인제를 뽑으면 무조건 진다'는 등의 주장을 노골적으로 해왔다"면서 "같은 당 후보를 이렇게 모략하는 게 과연 정상이냐"고 비난했다. 그는 "그런 네거티브 공세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것은 전략적 실수였다"고 말했다.

대책회의에선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李후보를 직접 비난해온 노무현(盧武鉉)·한화갑(韓和甲)후보에 대해 정면 공격을 개시하자"는 주장이 많다고 한다.

특히 盧고문에 대해선 과거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당을 여러번 옮긴 사실을 적시해 공격하려다 막판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李후보측의 전용학(田溶鶴)의원은 이날 "울산에서 특정 지역(영남)후보론을 주장하는 캠페인이 전개된 데 자극받아 광주에서도 특정 후보측의 지역감정 부추기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田의원은 또 "앞으로 다른 후보들의 무차별 비난에는 반드시 맞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경선 정국이 난타전으로 흐를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수정된 전략에 따라 李후보측은 앞으로 '안정적 국정 운영 능력'을 집중 강조할 방침이다. 盧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李후보측은 "盧후보에 대해선 '국정을 맡기기엔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견제 심리가 작동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韓후보에 대해선 "대선을 지역선거로 치르면 한나라당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논리로 견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韓후보측은 "광주의 지역감정 운운은 광주 시민을 모욕하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다른 후보측에선 "이인제 후보도 대전에서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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