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선호 고교 "오명 벗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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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수도권 고교 평준화 배정과정에서 학생·학부모들에게 '비선호 학교'가 돼 존폐 위기에까지 내몰린 수원·성남·고양·안양·부천 등 5개 지역 18개 고교들이 오명을 벗고 학교를 살리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학교측의 이같은 노력에 학생들은 물론 그동안 전학을 요구하며 집단 반발했던 학부모와 도교육청·행정기관 등에서도 앞다투어 힘을 보태고 나서 이들 학교의 모습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시설 개선·학부모 동참=14일 오후 2시 고양시 지역의 대표적 기피고인 A고교 운동장. 지상 5층의 교실 건물과 맞닿은 곳에서는 철근과 널빤지가 즐비하게 쌓인 가운데 인부 10여명이 새 건물을 짓기 위한 콘크리트 기초작업을 준비 중이다.

지상 5층·연면적 1백80평 규모로 5월 말까지 지어질 이 건물에는 특별실 5개가 꾸며져 과학실·가사실·미술실·컴퓨터실 등으로 운영된다.

이뿐 아니다. 언제나 흙먼지가 날리고 비만 오면 진흙탕길로 변해버리던 정문 앞 진입로 2백m(폭 3m)도 이미 말끔히 포장했고 난로 대신 자동난방시스템도 새로 갖췄다. 올 여름엔 냉방시설도 할 예정.

그동안 집단농성을 하며 전학을 요구했던 1학년 학부모들도 태도를 1백80도 바꿔 학교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학부모 신영호(申榮浩·45·자영업·고양시 일산구 백석동)씨는 "학부모들도 이달 중 '학교발전추진위'를 결성, 학교살리기에 적극 동참키로 했다"고 말했다.

조대원(曺大沅·41) 교감은 "당초 전학을 요구하던 학부모의 수가 1백35명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전체 배정자 2백69명 중 2백61명이 재학 중"이라며 "계속 학교를 발전시켜 명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학습여건 개선·장학 혜택=지난번 소동에서 배정인원(2백58명) 중 15.5%인 40명만 입학해 현재 수업 중인 의왕시 B고교도 특별 대책을 내놓고 학교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파격적인 장학제도. 집단 등록 거부 중인 학생과 학부모들을 상대로 내신성적(2백점 만점) 1백60점 이상의 학생은 수업료를, 1백80점 이상은 수업료·육성회비 등을 각각 1년간 면제해 주기로 하고 설득 중이다.

다음달 초부터는 매일 오후 10시부터 11시40분까지 교사들의 지도 감독 아래 심야 자율학습시간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입시준비를 도울 예정이다.

성남시 D여고는 학생들이 영어공부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영어 읽기 교재를 특별 제작, 점심시간에 10분 동안 전교생이 같이 참여하며 신나는 학교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정재헌·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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