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민경선 D -2 광주는 지금 대세론 꺾여… 盧·李·韓 3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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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2일 오후 10시, 광주시 주월동 '21세기 지역경쟁력연구회' 사무실.민주당 조재환(趙在煥)·장성원(張誠源)의원 등 이인제(李仁濟)후보의 핵심 참모들이 모였다. 16일 실시되는 이 지역 경선 판세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분위기는 심각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당선에 李후보가 기여했다는 주장이 잘 안 먹힌다. 반응이 싸늘한데 구걸하는 것도 아니고…." "당원과 대의원 상당수를 한화갑(韓和甲)후보가 장악했다. 국민선거인단도 안심할 수 없다."

이 시간 李후보는 무등파크호텔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이며 "1등은 나"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후 노무현(盧武鉉)후보측의 금호동 사무실. "지구당 위원장들이 韓후보 쪽으로 기운다." "예상했던 것 아닌가. 다만 이인제 대세론이 확실히 깨졌으니 얼마든지 해볼 만하다. 우리는 바닥으로 파고들자."

盧후보측 관계자는 "우리는 당 조직은 아예 제쳐두고 대의원과의 개별 접촉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韓후보측 관계자는 "솔직히 지난 주부터 지역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1위를 한 韓고문이 울산에서 4위로 처지는 것을 본 대의원과 일부 국민선거인단의 시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韓후보는 광주에서 1등을 자신하고 있다. 韓후보는 13일 남구 지구당을 시작으로 광주지역 4개 지구당을 순회하며 지지표 굳히기에 들어갔다.

광주에서 盧·李·韓고문의 3파전이 치열하다.

세 후보 진영에선 "누가 1등이 되더라도 5백~6백표를 얻어 2등과 근소한 표차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을 내놓고 있다. 광주의 경우 전남은 물론 전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호남 대표성'이 있다는 점 때문에 이들 진영은 사활을 걸다시피하는 모습이다.

李후보측 관계자는 "당초 이인제 대세론의 진원지는 광주·전남이었다. 그런 광주가 무너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조직 관리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특히 권노갑(權魯甲)전 최고위원과 동교동계 구파의 지지가 큰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도 하는 분위기다. 동교동계 구파의 퇴조는 제주·울산에서 이미 감지됐다는 것이 각 후보 진영의 한결 같은 분석이다.

실제로 한 지구당 관계자는 "앞으로 당 공천을 동교동계 구파가 좌우하지 못할 것이다. 굳이 李고문을 밀어줄 필요가 없다"고 주저없이 말한다. 한 대의원은 "그래도 한화갑씨 체면은 세워줘야지"라며 韓후보 지지 쪽으로 돌아섰다고 밝히고 있다. 지역주의를 근간으로 한 동정론이다.

김근태 의원의 후보 사퇴로 진보 성향의 대의원들이 盧후보 쪽으로 쏠릴 가능성도 커졌다. 이같은 분위기에 당내 '개혁그룹'을 자임하는 의원들이 가세하면 판세도 달라질 수 있다. 盧후보는 광주 지역 재야 인사와 金의원 지지자들 접촉에 나섰다.

이에 대응해 李후보는 "그동안 내가 DJ를 도왔으니 이번엔 호남이 나를 도와달라"는 이른바 '보은론'을 접고, 과거 경기지사·노동부 장관 시절의 행정능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키로 했다.

종합득표 순위 3위인 김중권(金重權)후보측은 "동서화합을 앞세워 광주에서 3등(제주·울산 누적)만 하면 경기·수도권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면서 "DJ 대통령 선거운동 때 전략자문회의 의장으로 당선에 기여한 부분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동영(鄭東泳)후보도 선두와의 차이를 좁히기 위해 뛰고 있다. 수뢰 혐의로 검찰 소환설이 돌고 있는 유종근(柳鍾根)지사측의 움직임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위축됐다.

광주=송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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