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골리앗 싸움서 다윗이 이겨…아르헨 조급하게 만들면 뜻밖 결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그리스전을 마치고 베이스캠프가 있는 루스텐버그로 돌아온 한국 축구 대표선수들이 14일(한국시간) 회복훈련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 [루스텐버그 AFP=연합뉴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하지만 다윗이 힘센 골리앗을 무너뜨리지 않았는가.” 허정무(사진) 축구 대표팀 감독이 2010 남아공 월드컵 B조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17일·요하네스버그)을 앞두고 14일(한국시간) 루스텐버그 대표팀 숙소에서 열린 단체 인터뷰에서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허 감독은 “아르헨티나는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 다혈질 성향이 강하다. 조급하게 만들면 뜻밖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한국 축구도 세계의 벽에 도전할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덧붙였다. 허 감독은 “리오넬 메시, 테베스, 이과인, 베론, 마스체라노, 에인세 등 아르헨티나는 뛰어난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상대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몇 차례 기회를 가졌다. 공격에 비하면 수비에 약점이 있다.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하다 보면 우리에게도 역습할 기회가 올 것”이라며 수비만 하고 있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허 감독은 “그리스전을 통해 한국은 정말 귀중한 승점을 땄다. 이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게 선수단의 각오”라고 말했다. 하지만 승패에 연연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허 감독은 “결과는 나중 일이다. 선수단에 포기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했다. 산을 올라가다 보면 가파른 언덕길을 넘을 때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마지막 고비만 넘기면 정상에 다다르는 경우가 많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주장 박지성은 “아르헨티나와 경기는 비겨도 대만족이다. 하지만 비기겠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미드필더 이청용은 “프랑스는 우루과이와 경기하면서 모든 선수들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게 엿보였다. 나도 물론 골 욕심이 있지만 팀이 승리한다면 벤치를 지켜도 좋다”고 말했다. 수비수 이영표는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는 수비도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싶다”라며 아르헨티나의 파상공세를 즐기는 마음으로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표팀은 그리스전을 마치고 이튿날인 13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제공한 전세기를 타고 베이스캠프 루스텐버그로 돌아왔다. 14일 인터뷰를 한 뒤 선수들은 휴식을 취했다. 허 감독은 휴식이 잦은 이유를 묻자 “선수는 기계가 아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조급한 마음에 1~2시간 훈련을 하는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허 감독은 그리스전을 마친 뒤 선수들에게 “아르헨티나전에는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겠다. 너희들 맘껏 뛰어봐라”고 말한 바 있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선수로 만났다가 다시 사령탑으로 격돌하게 된 마라도나 감독에 대해서 허 감독은 “선수로서는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평가는 곤란하다. 내가 평가를 내릴 입장도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나이지리아와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한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감독은 ‘군기 잡기’에 나섰다. 그는 나이지리아전을 마친 뒤 “선수들이 마치 그동안 골을 넣어본 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많은 기회를 놓친 것을 쉽게 용서하는 듯 보였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스스로 쉽게 용서하지 말라. 축구에서 용서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루스텐버그=이해준 기자 Sponsored by 뉴트리라이트, 한국축구국가대표팀 공식건강기능식품 브랜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