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 작가 되기 더 엄격한 잣대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최근 '원 테마 출판전문 무크지'를 표방하며 창간된 '북페뎀'은 첫 주제로 '어린이책'을 잡았다.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다고 할 정도로 커진 아동출판 시장은 기획·제작·디자인·마케팅 등 전분야에 걸쳐 분석할 만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본지 출판팀에 쏟아져 들어오는 아동서 중에도 창작동화의 비율이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작가가 어떤 철학이나 문학적 관점 없이 그저 아이들 말투로, 아이들 주변의 소재를 다룬 것에 불과한 작품들이 적지 않다.

그래서일까. '북페뎀'에 실린 작가 이금이(41)씨의 인터뷰를 읽으며 무릎을 쳤다. 후배 작가들에 대한 그의 뼈있는 한마디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난 등단하고 4년이 지나고서야 책을 낼 수 있었다. 신인 때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가 없다. 주위의 갓 데뷔한 후배들을 보면 채 익지 않은 열매를 따는 경향이 있다. 급한 김에 무리하다간 쉽게 망가질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동화집 『밤티마을 큰돌이네집』(대교출판), 『너도 하늘말나리야』(푸른책들) 등으로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오른 이씨는 원래 소설지망생이었다고 한다.

동화로 등단하고도 5~6년간 신춘문예에 응모할 만큼 소설가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첫 동화집도 그저 출판사의 청탁에 맞춰 저학년들이 좋아할 만한 줄거리 위주로 써서 냈을 뿐인데 그런 책으로 첫 팬레터를 받고 놀랐다고 한다. 그때 비로소 어린이라는 대상 독자, 아동문학이란 장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아동문학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

이씨의 『너도 하늘말나리야』는 최근 성인용 양장본으로도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작품이 세대를 뛰어넘어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줄거리나 구성력뿐 아니라 주제나 문체 등 문학적 기본기가 탄탄하기 때문임을 신인 아동문학작가나 지망생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어린이라는 대상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아동문학은 성인문학보다 더 어려운 것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