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학습'비판할 게 못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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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고3 학생이다. 최근 여론에서 소위 '0교시 수업'(새벽 자율학습)을 비판하면서 이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왜 학교가 새벽 자율학습이며 보충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지 알고 있는가.

우리나라 교육부는 정책을 참 많이도 바꾼다. 교육 내용은 점점 쉬운 것으로 바꿔가면서 수능시험에는 교과서 내용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들을 많이 낸다. 게다가 난이도도 이랬다 저랬다 한다.

그러니 학생들을 대학에 보내야 하는 고교에서는 시험 난이도, 정책 변화의 영향을 덜 받도록 하기 위해 학생들을 어떻게든 공부시키려는 것이다.

물론 0교시 수업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다. 하지만 그 친구들도 방과 후에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는 등 별도의 공부를 한다. 학원·과외수업으로 사교육비만 늘리는 것보다는 0교시를 실시하는 것이 낫다. 0교시 수업이 최선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차선이다.

나라에서 정해 놓은 교육과정대로 따라왔을 뿐인데도 사상 최저의 학력을 가진 아이들이라는 비판을 들어야만 하는 우리로서는 학교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0교시 수업에 의지하고 싶다.

이원경·인터넷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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