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세론> 與경선 후보들 전략 대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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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주자들이 경선전략의 전면 수정에 들어갔다. 말할 것도 없이 예측하지 못한 울산·제주 경선 결과 때문이다.

가장 다급해진 건 이인제 후보측이다. 전체 선거인단의 3%에 불과한 울산·제주지만 어느 곳에서도 1등을 하지 못해 '대세론'이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李후보 진영은 11일 김기재(金杞載)대책위원장 주재로 회의를 열었다. "대세론만 믿고 너무 안이했다""연청 등 당 외곽조직이 다른 후보 쪽으로 움직이는 걸 포착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나왔다고 한다. 李후보측은 과반수에 육박하는 득표로 3월 말에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당초 계획을 포기했다. 한 관계자는 "이제는 4월 27일 서울 경선까지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두로 나서며 기세를 올린 노무현 후보도 전략을 바꾸고 있다. 우선 그동안의 '이인제 집중 공격'방침을 수정했다. 盧후보는 "전략적·원칙적으로 그런 공격이 필요했지만 이젠 방향을 바꿔 안정감을 주는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盧후보측은 "'이인제 대 나머지 후보'가 아니라 '이인제 대 노무현'의 구도가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반(反)이인제'표의 결집을 노리겠다는 계산이다.

한화갑 후보측은 "대세론이 주도하던 판은 흐트러졌고 다자경쟁구도가 됐다"면서 "앞으로의 경선은 지역정서에 의해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韓후보측은 "울산에서 영남 출신인 노무현·김중권 후보가 과반수를 득표한 데 대해 호남지역의 반발이 나올 것"이라면서 "수도권은 호남 대의원이 50%를 넘기 때문에 결국 이인제·한화갑의 조직싸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초반 선전으로 3위에 오른 김중권 후보는 호남·충청권에서도 계속 선두권을 지켜나가다 대구(4월 5일)·경북(7일)에서 압도적 우세로 판세를 뒤집겠다는 계획을 다듬고 있다.

주자들은 단기적으로는 광주(16일)·대전(17일)득표전에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다. 광주는 호남의 민심을, 대전은 충청권의 민심을 선도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인제 후보는 11일 광주에서 선거대책본부 결성식을 열고 일찌감치 대의원 공략에 나섰다. 李후보측은 "광주에서 1위를 반드시 차지해 대세론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후보측은 "영남 출신인 盧후보가 김대중 대통령과의 의리를 지켜왔다는 사실을 강조해 호남 민심을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한화갑 후보는 1주일 내내 광주에 머물면서 바닥 다지기를 할 계획이다. 韓후보측은 "호남표가 급속히 결집해 광주에서 최고득표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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