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대세론> 李총재, 新黨에 정면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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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경우는 있지만 거목(巨木)의 줄기는 흔들리지 않는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10일 일본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박근혜 의원 등을 주축으로 한 '반(反)이회창' 신당 창당 움직임을 겨냥해서다.

李총재는 "우리당이 갖는 정치 지향점과 확고한 위치를 부정하거나 당을 의도적으로 분열시키려는 정계개편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과거 신당 움직임이 많이 있었지만 포말(泡沫)처럼 없어지기도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총재실 관계자는 "李총재는 그동안 朴의원 등의 행보를 관망했지만 앞으로는 반대세력에 대한 정면 돌파를 통해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이 이날 "정계개편은 대선 필패(必敗)가 자명해진 세력들간의 야합일 뿐"이라며 "정권교체를 훼방하려는 어떤 기도에도 맞서 싸울 것"이라는 논평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李총재는 탈당 결심을 굳힌 김덕룡(金德龍)의원에 대해서도 싸늘한 태도를 취했다. 기자들이 "金의원이 대선 전 집단지도체제 도입을 주장했는데 그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는가"라고 묻자 李총재는 "당론(대선 후 집단지도체제)이 확정됐다. 정해진 방향대로 갈 것"이라고 대꾸했다.

당의 서울시장 후보 불공정 경선을 이유로 후보 등록을 포기한 홍사덕(洪思德)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홍길동인지 만날 수가 없었다.(9일) 후보등록이 끝났으므로 규정대로 한다"는 것이었다. 9일 이부영(李富榮)부총재가 "서울시장 경선 문제를 원점에서 재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부총재직을 그만두겠다"고 했지만 李총재는 외면했다.

李총재가 이처럼 단호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 측근은 "李총재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한 공작이 당내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며 "李총재는 이제 같이 갈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분명히 구분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비주류를 자극해 오히려 당의 동요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당직자는 "이부영 부총재까지 사퇴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고 걱정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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