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감시 받는 부시 동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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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사회가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동생에게 현미경을 들이대고 있다. 요주의 관찰 대상은 남동생 세명 중 둘째인 닐 부시(47)다.

닐은 3년 전 온라인으로 미국 역사를 공부하는 인터넷 회사 '이그나이트(Ignite!)'를 창업해 그동안 2천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고 요즘 한창 사업을 불리고 있다. 역사적 장면에 만화와 동요 등을 첨가해 학생들이 재미있게 공부하도록 만든 프로그램이 제품이다. 프로그램은 현재 12개주 14개 중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교사·학생들에게서 "역사에 생명감을 불어넣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닐의 사업 추진 방식이다. 닐은 투자자를 구하러 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이스라엘 등 12개국을 돌아다녔다. 문제는 그가 미국 대통령의 동생이 아니라면 접근하기 힘들었을 고위층 인사들을 만났다는 점이다. 백악관의 후광을 등에 업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비판자들은 닐이 맏형의 신분을 사업에 이용하거나 그가 거래하는 국가가 그를 대(對)백악관 로비에 활용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한다. 권력 감시 활동으로 유명한 시민단체 '커먼 코즈(Common Cause)'의 스콧 하시버거 회장은 "그는 생계를 꾸려나갈 권리가 있지만 그가 순전히 자신의 제품만으로 외국의 업자들을 만난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고 지적한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맏형이 주요 국정 현안으로 꼽고 있는 교육 문제를 이용해 닐이 돈벌이하려 한다는 비난도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닐은 이런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교육사업에 매달리게 된 것은 그 스스로 난독증에 시달린 적이 있고 15살짜리 아들이 주의력 산만증이란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백악관으로 가는 회로(回路)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돈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고 덧붙이는 걸 잊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닐은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버지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입던 양복을 허리만 줄여 입고 다닌다고 한다. 그래도 미국인들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동생 로저가 리비아 정부에서 로비 명목으로 20만달러를 받는 등 말썽을 일으킨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을 향한 미 국민의 감시망을 닐이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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