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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 차 마시러 가니 ? 기분 내러 가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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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음악과 음료수로 상징되는 천편일률적인 카페의 분위기가 톡톡 튀는 신세대의 등장으로 바뀌고 있다. 맥주나 커피를 음미하면서 음악을 감상하는 것 외에 특별한 뭔가가 곁들여진다. 젊음의 끼가 물씬 묻어나는 별난 카페들을 찾아보자.

# 꿈과 환상의 세계

회사원 김한철(29·서울 성북구 돈암동)씨는 친구들과 가끔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에 있는 카페 '해열제'에 들른다. 이곳에선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또다른 나'를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金씨는 "가면 뒤로 본래의 나를 감추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새로운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고열을 떨어뜨리는 약처럼 스트레스를 씻어준다는 의미로 이름지어진 카페 해열제엔 손님들이 분장을 하고 입장해야 한다. 좁은 계단을 통해 지하 1층으로 내려가면 입구에 분장실이 있다. 분장실엔 마녀·귀부인·신부·흑인 등 수십가지의 가발·캐릭터·가면·의상이 가득하다.3천원을 내고 마음에 드는 분장을 한 뒤 카페에 들어가면 된다.

60여평의 실내는 분장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소 어두운 조명이 깔려 있다. 음악·테이블·음료수 등은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지만 분장을 한 손님들로 붐벼 가면 무도회장을 방불케 한다. 종업원 김용석(30)씨는 "젊은이들 외에 40대 회사원들도 많이 찾아온다"며 "요즘은 귀신·동물 등 엽기적인 분장이 인기"라고 귀띔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 '알렉산더'는 마술로 고객을 사로잡는다. 매일 오후 7~11시 마술사들이 손님에게 마술을 선사한다.

국내 1호 프로 마술사로 알려진 이흥선씨와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예약을 하고 찾아온 손님들의 눈 앞에서 50분 정도 다양한 마술이 펼친다.

비용은 음료수값을 포함해 1만5천원. 데이비드 카퍼필드 등 세계적인 마술사들의 사진이 벽을 장식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밸런타인데이·화이트데이엔 이색 마술쇼를 선보인다. 낮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마술교실을 연다. 매니저 홍성훈(28)씨는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려는 손님이 미리 주문하면 특별한 마술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 여기선 내가 주인공

서울의 홍익대학교 인근에 있는 카페 '프린세스'를 들어서면 동화 속 공주의 침실 같은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테이블은 딱딱한 나무 칸막이 대신 흰색 커튼으로 구분돼 있다. 커튼을 두르지 않은 테이블도 온통 하얀색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초와 설탕통 등은 유럽풍이다.

이화여대 옆의 '바비오픈카페'는 작은 계란형 얼굴의 예쁜 바비인형 천국이다. 테이블과 벽은 2백20여종의 바비인형과 바비사진·시계·옷·머그잔·책 등으로 장식돼 있다. 매달 첫째주 일요일엔 바비 동호인들의 모임이 열린다. 주인 정미란(39·여)씨는 "초등학생에서부터 주부에 이르기까지 고객층이 다양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역 부근엔 일본에서 만들어진 고양이인형 키티의 전시장인 '키티카페'가 있다. 키티의 역사 등을 담은 액자와 '결혼하는 키티''숲속의 키티'등의 인형이 놓여 있다. 밤엔 키티의 댄스 공연이 펼쳐진다.

귀여운 곰인형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명동의 카페 '테디스 홈'. 입구에서 테디베어 인형이 손님을 맞이하고 아이보리색 소파에도 테디베어 인형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테디베어 인형의 캐릭터가 새겨진 찻잔세트·스푼 등이 친근감을 준다.

# 향기에 흠뻑 젖어

차(茶)는 신세대들에게도 매혹적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는 카페 '다예원'엔 장미·국화·매화차 등 온갖 종류의 차 향기가 그윽하다.

편안함을 주는 실내장식이 찻집에 어울린다. 바닥에는 어릴적 추억을 연상시키는 철로가 놓여있고 카운터는 초가 지붕을 쓰고 있다. 빛바랜 토기들과 갖가지 문양의 장식품들이 소품으로 꾸며져 있다.

서울 신촌의 카페 '리데'는 홍차를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다. 전통의 '얼 그레이'를 비롯해 어린 차순을 따서 우려내 떫은 맛이 없고 달콤한 '페코', 오렌지를 섞은 '오렌지 페코', 우유를 곁들인 '밀크 티'등 각종 홍차를 맛볼 수 있다.

영국 왕실에서 마셨다는 '로열 밀크티'나 중국식 홍차 '자스민'을 음미하는 것도 그만이다. 매주 토요일에는 홍차 강좌도 열린다.

서울 성신여대 인근 '공스앤한스'(Kong's & Han's)와 이화여대 앞 '동구밖 과수원길'은 신선한 과일맛이 일품인 생과일 전문점을 겸한 카페다. 대학생 박선희(21·여)씨는 "상큼한 과일향이 좋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혜원플라워 갤러리'는 꽃집에서 출발한 카페. 꽃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기다리는 동안 차를 마시며 쉴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다 아예 카페를 만든 것이다. 실내에는 각종 화초가 활짝 핀 미니 정원이 들어서 있고 꽃 포장지로 만든 커튼도 색다르다.

글=안장원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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