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 기자의 푸드&메드] 고기도 먹어야하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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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기자는 한국영양학회가 주관한 국제심포지엄(‘음식 속의 파이토케미컬’)에 다녀왔다. 파이토케미컬의 파이토(phyto)는 식물을 뜻한다. 흔히 탄수화물·단백질·지방·비타민·미네랄·물에 이은 ‘제7의 영양소’로 통한다.

이 분야 전문가인 서울대 약대 서영준 교수는 다섯가지 파이토케미컬을 거론했다. 브로콜리 싹의 설포라판, 녹차의 EGCG(카테킨의 일종), 포도의 라스베라트롤, 강황(카레의 주성분)의 커큐민, 고추의 캡사이신이다. 하나같이 노화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성분이다.

채소·과일 등 식물성 식품을 즐겨 먹으면 심장병과 뇌졸중 발생위험률을 20% 이상 낮출 수 있고, 암의 경우엔 남성은 30~40%, 여성은 60%까지 줄일 수 있다는 발표 내용도 귀에 쏙 들어왔다(미국 ‘암웨이 엑세스 비즈니스’ 그룹 캐리 그랜 박사).

숙명여대 성미경 교수는 우리 국민이 동물성 식품과 식물성 식품의 섭취 비율이 1970년대 말 1:9에서 지금은 2:8로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선 ‘식물성 식품=웰빙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리는 있다. 그러나 동물성 식품을 지나치게 배타시하는 것은 곤란하다.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존재다. 지방은 효율이 가장 높은 에너지원이다. 몸을 따뜻하게 하고 중요한 장기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의 주성분이며 각종 호르몬의 원료다.

식물성 식품으론 제대로 보충하기 힘든 영양소도 있다. 단백질이 이중 하나다. 쇠고기·닭고기 등 육류와 고등어·넙치 등 어류의 단백질(동물성 단백질)은 콩이나 밀 단백질보다 질적으로 우수하다. 식물성 단백질은 대개 한두 가지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므로 동물성 단백질과 함께 먹는 것이 이상적이다.

식물성 식품엔 뼈·치아 건강에 중요한 칼슘도 부족하다. 시금치 등 푸른 잎채소에도 칼슘이 들어 있으나 체내 흡수율이 20%도 채 안 된다. 반면 우유·유제품에 든 칼슘은 50%, 멸치 등 뼈째 먹는 생선에 든 칼슘은 30%가 체내에 흡수된다.

식물성 식품엔 적혈구 성분인 철분도 적게 들어 있다. 철분의 주 공급원이 붉은 살 생선과 육류다. 이런 동물성 식품에 든 철분은 체내 흡수가 잘된다. 콩·시금치 등 일부 식물성 식품에 들어 있는 철분은 흡수율이 매우 낮아 대부분 배설된다. 비타민 B12는 오직 동물성 식품에만 들어있다. ‘붉은 비타민’이란 별명답게 소·닭·돼지·아귀의 간에 풍부하다.

한쪽 날개로 가는 비행기는 없다. 동물성과 식물성 식품을 적당 비율(2대8)로 섭취하는 것이 최상의 건강법이다.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동물성 식품=독, 식물성 식품=약’이란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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