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왕시, 결정타를 놓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제9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9보 (150~168)]
黑. 송태곤 7단 白.왕시 5단

한국.중국.일본.대만 4개국 신예들이 6~9일 나흘간 강원랜드에서 한판 겨뤘다. 8명씩 대결한 결과 한국이 3전 전승으로 우승했고 중국이 2위, 일본.대만의 순이었다. 송태곤7단은 한국팀 주장으로 나가 3연승으로 우승에 기여했다. 그런데 팬들이 "송태곤7단이 신예냐"며 골치 아픈(?) 질문을 제기한다.

송태곤은 이미 1~2년 전에 국내 정규기전인 천원전과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했고 세계대회인 후지쓰배에서도 준우승했다. 랭킹을 매겨도 국내 5위 안에 드는 최상위권이다. 그러나 송태곤은 나이가 불과 18세. 청소년 강자들 때문에 '신예'라는 단어도 참 모호해졌다. 고전하던 송태곤에게 기회가 왔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왕시5단이 결정타를 놓쳤다.

151로 막자 중앙 흑집이 은근히 부풀어오른다. 그곳을 견제할 겸 왕시는 152로 머리를 두드린다. 누구나 손이 가게 마련인 거의 반사적인 자리다. 그러나 이 수는 흑을 도와주고 있다.

지금이 '참고도' 백1을 결행할 절호의 타이밍이었다. 흑2로 이으면 3에 이어 5로 끊는 강타가 있다. 백5에 흑은 응수가 없고 승부도 끝나게 된다. 그렇다고 흑2에 잇지 않으면 실리 손실이 너무 커 역시 견딜 수 없다.

무심히 젖힌 152가 이 같은 결정타를 소리없이 없애고 있다. 군사재판에 회부될 만한 이적수였으나 왕시는 그걸 모르고 있다. 송태곤은 상변에서 선수 이득을 취한 뒤 163으로 돌아온다. 뒤늦게 168의 노림수를 발동했으나 163 탓에 이미 그 위력은 크게 줄어들어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