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태극 전사에게 거칠 것 없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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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으로 무장한 젊은 태극전사들에게 거칠 것은 없었다.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30·가시마)가 전반 7분 선제골을 터뜨렸다. '캡틴'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후반 7분 멋진 쐐기골을 넣었다. 2004년 유럽 챔피언이지만 그리스는 우리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대한민국 축구가 2010 남아공 월드컵 첫 경기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두며 첫 원정 16강을 향한 힘찬 첫 걸음을 뗐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포트엘리자베스 넬슨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조별예선 B조 1차전에서 장신군단 그리스를 2-0으로 꺾었다. 승점 3점을 챙긴 한국은 17일 요하네스버그에서 아르헨티나와 2차전을 벌인다.

첫 골은 예상보다 일찍 터졌다. 허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조련한 세트 피스가 만든 골이었다. 전반 7분, 왼쪽 코너깃발 근처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기성용(셀틱)이 날네카롭게 휘어지는 킥을 올렸다. 공은 그리스 수비수 두 명을 살짝 스쳐나갔고, 쇄도한 이정수가 오른발 발리슛으로 그리스의 골문을 열었다. 한국의 역대 월드컵 최단시간 골(종전 2002년 한·일월드컵 터키와의 3·4위전에서 이을용이 전반 9분 득점)이었다.

선제골을 허용한 그리스가 조급해졌다. 긴 패스로 한번에 우리 문전에 도달하려 했고, 미드필드에서 곧바로 골문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하지만 한국 수비진은 침착하게 막아냈고, 공을 잡아내면 과감한 측면 돌파로 기회를 엿봤다.

전반 27분 한국은 절호의 추가골 기회를 잡았다. 박지성이 하프라인에서 절묘한 스루패스를 찔러줬고, 골키퍼와 맞선 박주영(AS 모나코)이 슈팅을 했으나 공은 골키퍼 발을 맞고 골대를 살짝 넘어갔다.

후반 7분 박지성이 상대 진영에서 볼을 가로챘다. 무서운 스피드로 수비 두 명을 돌파한 박지성이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왼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터뜨렸다. 2002 한·일 월드컵(포르투갈전), 2006 독일월드컵(프랑스 전)에 이은 박지성의 월드컵 3회 연속 골이었다.

후반 중반 이후 그리스는 파상공세를 폈으나 한국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자랑스런 태극전사들은 허정무 감독에게 국내 감독 사상 첫 월드컵 승리를 선물했다.

포트엘리자베스=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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