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작은신화 '암흑전설 영웅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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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요즘 연극계 희망의 기운은 다루는 소재가 참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뚜렷한 증거의 하나로 극단 작은신화가 9~31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할 '암흑전설 영웅전'이 꼽힌다. 이 작품은 사이버 세계를 소재로 한 국내 첫 연극이라는 역사성을 띠고 등장한다. 199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희곡부문) 출신인 작가 차근호(31)는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크고 작은 상을 휩쓴 '무서운 신예'다. '조선제왕신위'는 99년 동아연극상 작품상·연출상·무대상을 수상했다. 작가 초년생으로는 일찍 화려한 데뷔식을 치른 셈이다. '암흑전설 영웅전'은 2000년 제29회 삼성문학상 희곡문학상을 탔다.

주인공 남자는 작가 지망생이다.현실 세계에서는 수동적인 약자에 불과했던 그는 게임에 빠져들면서 점차 공격적·폭력적인 독재자로 변신한다. 그는 '악의 제국'과의 전쟁에서 '빛의 제국'을 구하고 결국 영웅이 된다. 그 사이 게임 속 주인공 '무희'와의 사랑도 양념으로 등장한다.

극단은 "'디아블로'를 연상시키는 캐릭터,'스타크래프트'의 업그레이드 시스템,'동급생'의 로맨스,'리니지'의 모험세계,'에이지오브엠파이어'의 전쟁신까지 다양한 게임의 요소를 모두 연극에 녹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무술감독(김재성)의 지도로 배우들은 전통무술인 '24반 무예'를 익혔다. 실제 박진감 넘치는 격투장면에다 사이버 게임 공간을 그럴싸하게 옮겨놓은 듯한 무대·의상치장 등은 일단 이색적인 맛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 이 연극이 진정으로 노리는 바는 무엇일까. 연출자 최용훈은 "사이버 시대에 직면한 인간의 존재방식을 묻고 그에 합당한 적응 방법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고 답했다.

주인공 남자역의 김은석을 비롯해 이혜원(무희)·서현철(군사)·장용철(청와장군)이 출연한다.평일 오후 7시30분, 토 오후 4시30분·7시30분, 일 오후 3시·6시, 월 쉼. 02-764-3380.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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