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회의하고 1000만원 쓰는 교육위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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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공무원 출신인 박모(68)씨는 4일 서울시 교육위원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7월 1일부터 8월 말까지 두 달간 한시적으로 교육위원을 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현 교육위원이 6·2 지방선거에서 ‘교육의원’에 당선돼 공석이 된 자리를 대신 채워줘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박씨는 2006년 제5대 서울시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2위로 낙선한 바 있다. 교육위원 관련 규정상 공석이 생기면 차순위 득표자가 승계한다. 하지만 박씨가 두 달간 할 주요 업무라고는 다음 달 12~16일 닷새간 열리는 임시회뿐이다. 이렇게 닷새만 일해도 박씨는 직무·의정활동 명목으로 다음 달에 420만원의 수당을 챙기게 된다. 8월에도 일을 거의 하지 않지만 또 420만원을 받는다.

9㎡의 사무실도 쓸 수 있고, 각종 명패도 새로 받는다. 사실상 닷새만 일할 사람에게 1000만원 가까운 세금을 대주는 셈이다. 박씨는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사실 교육위원과 교육의원은 역할이 같다. 그런데도 두 달짜리 교육위원을 뽑는 이유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때문이다. 교육의원이 서울시의회에서 7월부터 업무를 시작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교육위원의 임기는 올 8월이 돼야만 끝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공석이 생기면 비록 두 달짜리지만 신임 교육위원을 임명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촌극은 서울뿐 아니라 다른 시·도 교육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3명 등 두 달의 잔여 임기를 위해 새로 임명될 교육위원은 모두 16명이나 된다.

이들에게 주어지는 수당만 따져도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1인당 월 평균 400여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두 달간 약 1억여원이나 된다. 서울시 교육위원회 관계자는 “교육의원이 새로 생기면서 시의회와 임기를 맞추려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김민상 기자

◆교육위원과 교육의원=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의 정책과 예산을 심의·의결하고, 교육감과 산하 기관에 대한 감사·조사 역할을 한다. 지금까지 교육위원(간선)이던 명칭이 다음 달부터는 교육의원(6월 2일 직선)으로 바뀐다. 교육의원 임기는 4년이며 광역의원 대우를 받는다. 서울은 월 500만원의 수당과 인턴보좌관 1명, 25㎡의 사무실 등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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