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경험서 우러난 눈높이 행정 펼칠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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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람 다니는 길에 주차방지 말뚝을 박아놓으면 시각장애인은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바깥으로 열어놓은 가게 문이나 길 가운데 있는 가로수도 마찬가집니다."

선천성 녹내장으로 앞을 전혀 못보는 1급 시각장애인 신창현(申昌鉉·43)씨가 계약직 다급(7급 상당) 공무원으로 특채돼 4일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에 첫 출근했다.

1급 시각장애인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시 공무원이 된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인사를 겸해 동료들과 평소 느꼈던 장애인 관련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 얘기를 주고 받았다. 장애인 시설은 선진국에 못지않으나 사후관리와 시민들의 의식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申씨는 "뉴욕에는 시각장애인용 유도 블록이나 엘리베이터 안내 방송조차 없지만 서울보다 다니기 편하다"며 "이는 교통법규가 잘 지켜지는 데다 장애인을 보면 시민들이 앞다퉈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997년 미 컬럼비아대에서 특수교육학 박사학위를 받고 11년 만에 귀국, 단국대 등에서 강사로 일하던 그가 공무원이 될 결심을 한 것은 지난해 10월.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서울시 문영모(文永模)장애인복지과장과 대화 도중 서울시에서 계약직 공무원을 공채한다는 말을 듣고 '장애인 복지를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뜻 지원했다. 장애인 편의시설 분야를 담당하는 申씨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자의 입장에서 행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申씨와 함께 계약직 라급(8급 상당)으로 채용된 정재우(鄭在祐·33·여·지체장애2급)씨도 이날부터 같은 과에서 근무를 시작했다.鄭씨는 "여성 장애인의 고용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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