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스 우승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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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지난 시즌까지 동양 오리온스가 꼴찌를 밥먹듯 하고 우승은 커녕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버거웠던 이유는 잠재력이 충분한데도 힘을 한 데 모으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리온스는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고 후보멤버도 두터웠지만 팀워크가 나빴다.

전희철·김병철의 부조화, 적절치 못한 외국인 선수 활용, 확실한 포인트 가드의 부재 등 문제가 산적했다. 김진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리딩 가드 김승현을 지명하고, 마커스 힉스와 라이언 페리맨을 새로 영입하면서 얽힌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득점력이 높은 힉스는 승부처에서 약하던 오리온스의 결정력을 높였다. 힉스는 포스트맨이 아니었지만 페리맨이 강한 리바운드와 스크린으로 지원했다. 새내기 리더 김승현이 힉스와 페리맨은 물론 선배들까지 능란하게 리드하며 시멘트 역할을 했다.

가장 큰 힘은 전희철·김병철이 마음을 합친 데서 나왔다. 스타의식이 지나쳐 자주 반목하던 이들은 김승현을 매개로 팀플레이에 녹아들었다.

정규리그 중반까지 오리온스 선수들은 우승에 대한 열망만큼 우승에 대한 확신을 갖지는 못했다. 선수 구성상 최강의 팀으로 꼽히는 SK 나이츠와 지난 시즌 챔피언 삼성 썬더스, 골밑이 튼튼한 SK 빅스를 압도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5라운드를 전후로 나이츠·빅스 등 한때 공동 선두를 이뤘던 라이벌들을 차례로 밀어내면서 오리온스는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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