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 촉진제" "일시적인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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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박근혜 의원의 탈당과 그를 대선 변수로 대입해본 본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朴의원의 파괴력이 예상 밖으로 크다"며 놀라는 모습이다.

朴의원측은 상당히 고무된 표정이다. 여야는 그러나 "민심은 바뀌는 법"이라며 朴의원 탈당 이후의 정국변화에 대비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

◇朴의원도 놀란 조사 결과=朴의원 측근들은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가 왜 탈당을 감행했는지 국민이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환호했다.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며 향후 행보를 구상 중인 朴의원은 측근을 통해 "언론이 앞으로 잘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그는 자신이 제3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하는 3자 대결에서 민주당 후보 보다 앞선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스스로도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 측근은 밝혔다.

"이는 朴의원이 총재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측근들은 "朴의원이 범여권 후보일 경우 총재에게 불과 5%포인트 밖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온 것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해 당이 분열될 경우 朴의원이 여권의 대안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이유다.

그럼에도 朴의원측은 향후 민심의 흐름에 대해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정치 참모는 "朴의원이 구(舊)정치세력과 잦은 접촉을 할 경우 오히려 지지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3자 대결이 더 낫다"=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특보들은 "朴의원의 탈당에 대해 '잘했다'는 반응이 '잘못했다'보다 훨씬 많이 나온 것은 우리의 기대와는 정반대"라며 다소 당황하는 표정이다.

안택수(安澤秀·대구 북을)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위기상황"이란 말을 입에 올렸다. 남경필(南景弼)대변인은 "朴의원이 대중적인 인물인데다 그의 탈당이 언론에 의해 부각된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여서 잘 나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총재측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 것은 양자(者)대결 결과다. 총재-민주당 후보, 총재-朴의원, 총재-민주당 이인제 고문 대결 등 세가지 양자대결 결과 총재가 모두 앞섰지만 그 차이는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양자대결을 선호해온 총재 비서실은 朴의원이 독자 출마할 경우 한나라당 표보다 민주당 지지표를 더 많이 가져가는 것으로 나타나자 "3자대결이 싸우기 좋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전체적으론 '잘했다'가 많지만 영남은 총재 지지표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朴의원의 영남 파괴력은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南대변인은 "2000년 한나라당의 2·18 공천파동 직후 여론조사에서는 민국당이 상당한 지지를 얻었지만 영남권에서 '이인제 학습효과'가 작동하면서 두달 후 총선 결과는 민국당의 참패로 끝났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朴의원의 거품이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당 직후의 동정 여론"=민주당은 朴의원이 제3당 후보로 나설 경우 민주당 지지표를 더 많이 잠식하는 것으로 나타난 데 대해 당혹스러워 했다. 이재정(在禎)의원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신당 창당 등 대선 구도 변화의 촉진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인제 고문측은 지방선거 후 정계개편 움직임이 일어나면 朴의원이 고문의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염려했다.

그러나 박상천(朴相千)고문은 "탈당 직후의 동정적 여론 때문"이라고 깎아내렸다. 조순형(趙舜衡)의원도 "朴의원이 제3당 후보로 나올 경우 집권 가능성이 없으며, 정치발전에도 도움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상일·고정애·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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