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리티 상륙, 자산운용업계 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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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피델리티가 국내 자산운용업 본허가를 받아 내년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국내 주요 업체인 대투증권과 한투증권이 곧 새 주인을 맞는 가운데 세계 최강 운용사가 국내에 발을 내디딤으로써 자산운용시장은 앞으로 격전이 예상된다.

◆ 피델리티의 영업=금융감독원은 10일 '피델리티 자산운용'에 국내 자산운용업 본허가를 내줬다.

이에 따라 자본금 100억원을 갖고 들어온 피델리티는 내년 1월부터 영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피델리티 그룹은 전세계에서 1조1872억달러를 운용하고 있으며, 고객 수도 2000만명에 이른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굴렸던'마젤란펀드'로 상징되는 뮤추얼 펀드로 유명하며, 기업연금(퇴직연금)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피델리티 자산운용의 에반 해일 사장은 "앞으로 도입될 퇴직연금 시장을 비롯해 한국의 자산운용시장 전반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델리티는 본허가가 나기 전부터 이미 적립식 펀드 상품개발을 마치고,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소규모 투자설명회(IR)를 갖기도 했다.

◆ 긴장하는 자산운용업계=퇴직연금시장 같은 '큰 장'을 앞에 두고 강력한 경쟁자를 맞게 된 자산운용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형 펀드의 경우엔 토종 운용사들이 한국 투자자들의 기호를 잘 알아 경쟁력이 있지만, 20~30년 이상의 장기 운용 실적이 관건인 퇴직연금 시장에선 피델리티가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진출한 외국계 운용사들이 생각보다 시장을 장악하지 못한 만큼 급격한 변화가 일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대투운용의 김호중 사장은 "피델리티가 진입하면 장기적으론 선진적인 시스템 도입 등의 파급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한국 자산시장의 특성상 대규모.교과서적인 운용엔 한계가 있어 지각변동까지 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델리티가 본허가를 받으면서 국내 자산운용사 46개 중 외국계는 10개가 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말 현재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시장점유율이 18%였다"고 밝혔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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