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 길바닥 농성…외면도, 수락도 할 수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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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보자니 속이 타고, 그렇다고 요구를 들어줄 순 없고…'.

여성부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40일째 농성 중인 성매매 여성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10일 현재 6명의 성매매 여성이 지난달 1일부터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음식과 물만 섭취하며 농성 중이다. 처음엔 15명이 시작했으나 추위와 허기에 지쳐 농성자가 줄었다.

게다가 지난 6, 9일에는 30여명의 성매매 여성이 광화문 외교통상부 건물 앞에서 소복을 입고 머리를 푼 뒤 '여성부는 해체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차가운 길바닥에 앉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성매매 단속을 하지 말라'는 것. 농성을 지원하고 있는'한터 여성종사자 연합회' 김문희 대표는 "지은희 여성부 장관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여성부가 요구조건만 내걸 뿐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여성부 정봉협 국장은 "여성 대표들을 여성부로 불러 수차례에 걸쳐 대화를 시도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며 "단속을 유예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성부로선 내심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여성부의 한 간부는 "날씨는 갈수록 추워지고 농성이 길어지면서 여론이 좋지 않게 작용해 성매매 단속에 영향이라도 줄까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여성부는 현재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서 '대모'로 통하는 이모씨를 통해 성매매 여성을 설득하고 있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길가던 취객들이 추태를 벌이는 일도 종종 생기고 있다. 천막 농성장 가까이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 남성 취객들이 천막을 밀치고 들어와 추태를 부리기도 했다.

김문희 대표는 "이 같은 일을 막기 위해 도우미 여성들이 교대로 천막을 지키고 있다"며 "수모를 겪어도 여성부가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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