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업체에 밀리고 자금도 끊기고… 후발 통신업체 부도 도미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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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전세계의 후발 통신업체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선발 통신업체들의 장벽이 워낙 높았던데다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경기 침체로 자금줄이 끊겼기 때문이다.

미국 광통신회사인 윌리엄스 커뮤니케이션과 지역통신회사인 M파워는 25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날 두 회사 주가는 60%나 폭락했다. 현재 두 회사의 주식 시가총액은 IT 경기가 좋았던 2000년 초의 0.5%(M파워), 2.5%(윌리엄스 커뮤니케이션)에 불과하다.

이에 앞서 해저케이블 광통신업체인 글로벌 크로싱과 초고속 통신업체인 매클라우드USA도 과다한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다.

또 1990년대 중반 등장했던 글로벌스타·이리듐 등 위성이동통신업체들도 비싼 요금과 투박한 전화기 등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실패해 줄줄이 도산했다.

유럽의 후발 통신회사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네덜란드의 인터넷 통신업체인 KPQN웨스트는 99년 4월 설립 이후 통신망 투자로 부채가 19억유로(약 2조2천억원)에 이르고 있으나 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국 후발 통신업체인 콜트도 설립 이후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통신시장 개방으로 우후죽순처럼 설립된 후발 통신업체들은 초기에는 데이터 송수신과 인터넷 서비스 등을 내세워 AT&T·브리티시 텔레콤 등 선발업체들을 위협할 것으로 관측됐었다.그러나 선발업체들도 신기술로 변신에 성공하며 후발업체들의 입지를 좁혔다.

특히 선발업체들은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통신망 확충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쌓아둘 수 있었다. 후발 통신업체들은 IT 경기가 좋았을 때는 증시를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으나 IT 경기가 꺾이고 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투자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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