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본드 시장 냉각 조달금리 높아져… 잇따라 발행 취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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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도쿄=남윤호 특파원] 외국 기업·정부가 일본에서 발행하는 '사무라이 본드'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간 발행된 사무라이 본드는 모두 1천9백30억엔으로 1년 전의 같은 기간(8천9백18억엔)보다 무려 78%나 줄었다.

이 기간 중 발행된 사무라이 본드는 한국의 컨테이너부두공단·대전 리버사이드 엑스프레스웨이 펀딩과 태국·세계은행 등 4건에 불과했다.

사무라이 본드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아르헨티나와 엔론의 일본 내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이 큰 손실을 입으면서 일본 금융계가 사무라이 본드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본 금융기관들은 오는 4월의 예금보호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예금인출사태에 대비,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어 채권 수요가 급속히 줄고 있다.

또 지방은행·신용금고·신용조합들이 부실채권에 눌려 잇따라 도산하고 있는 것도 큰 원인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르노, 독일의 폴크스바겐의 할부금융회사, 미국의 하우스홀드 파이낸스는 최근 사무라이 본드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조달 금리가 높아진 탓이다.

현재 공신력 있는 국제 기관의 경우 신용등급이 일본국채보다 높으므로 값이 너무 비싸 투자자를 모으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개도국이나 B급 기업의 채권은 떼일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외면 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무라이 본드는 현재 같은 조건의 외화채권에 비해 보통 0.2~0.4%포인트의 추가 금리를 물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도쿄사무소의 장택규 과장은 "일본 투자자금이 주가가 오르고 있는 한국으로 몰리고 있는 반면 일본내 자본시장에선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라이 본드=일본의 채권시장에서 외국 정부나 기업이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을 말한다.

미국에서 외국 정부·기업이 달러화로 채권을 발행하면 '양키 본드', 우리나라에서 외국인들이 원화로 채권을 발행하면 '아리랑 본드'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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