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물결'디지털 위성방송 3월 출범 좋은 콘텐츠 확보에 힘 쏟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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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는 3월 1일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대표 康賢斗)이 닻을 올린다. 위성방송의 출범은 안방의 생활 패턴을 바꿔놓을 만큼 크고 새로운 물결이다.

<관계기사 39면>

하지만 디지털 위성방송은 부실한 콘텐츠,지상파 재송신 논란, 수신기 공급 차질 등 걱정거리를 끊임없이 양산해왔다. 본방송을 눈앞에 두고 디지털 위성방송의 장점과 준비 상황, 문제점과 개선방향 등을 짚어봤다.

◇채널 확정=비디오 76개, 오디오 60개, PPV(pay per view:프로그램별로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 10개 등으로 확정됐다. 비디오 채널의 경우 영화 13개, 정보 9개, 오락 6개, 스포츠·음악 5개 등으로 이뤄진다. 76개 채널 중 위성방송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채널은 22개(전체 29%)다. 한편 슈퍼스테이션 채널은 AFN 채널로 대체됐다. 지역민방과 위성방송간의 의견 차이로 업무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슈퍼스테이션은 지역민방과 위성방송이 함께 운영하며 지역방송 자체 프로그램을 주로 방송키로 했었다. m·net에서 운영하려던 두 개의 영화 채널 m1·m2는 개국하지 못한다. 미국 제휴사와의 막판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영화 채널에 MGM·터너 클래식 무비·미드나잇무비 세 곳이 새로 합류했다.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재송신 여부=스카이라이프는 MBC·SBS 등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을 재송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렇지 않으면 위성방송의 효과가 반감되고, 이는 결국 시청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스카이라이프측은 오는 27일 지상파 방송 재송신을 방송위원회의 승인사항으로 규정한 방송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헌법소원으로 맞불 작전을 펴고,수도권 지역에 재송신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턱없이 부족한 수신기 설치=위성방송 예약 가입자는 약 35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점으로 당장 5천개밖에 설치할 수 없다. 그나마 일반 가입자 가정보다는 채널 사업자·지사·대리점 등에 우선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라이프는 "3월 안에 12만대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1월에는 본방송에 들어갈 때면 수신기를 5만대 설치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불완전한 디지털 방송=출범 초기엔 파행이 불가피하다.위성방송의 공급자는 디지털이지만, 시청자는 아날로그이기 때문이다. 3월에 공급될 셋톱박스는 보급형으로 우선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또 셋톱박스의 단자가 콤퍼지트 신호만 내보내는 방식이다. 콤포넌트 방식에 비해 화질이 20% 가량 떨어진다. 돌비 기능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

따라서 셋톱박스는 나중에 교환할 수밖에 없다. 스카이라이프는 하반기에 표준형 셋톱박스가 생산되면 구매자에 대한 보상판매를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엄청난 재정 부담이 발생한다. 스카이라이프는 보급형은 6만9천원을 받고 나중에 이를 표준형으로 바꿀 때 일정액을 보상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위성방송 장점은 없나=위성방송은 케이블TV에 비해 음질과 화질이 좋고, 볼 수 있는 채널이 많다. 또 표준형 셋톱박스가 설치되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매달 시청료가 1만8천원으로 케이블TV에 비해 3천원 비싸지만 오디오 채널과 PPV 등 선택의 폭이 넓은 것이 장점이다.

◇문제는 콘텐츠다=최창섭(崔昌燮)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위성방송은 방향이고,추세다. 이미 채널은 확보된 상태다. 이제 위성방송 성패의 관건은 콘텐츠 확보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현재 위성방송의 콘텐츠 구성은 전체 규모에 비해 부실한 게 사실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카이라이프는 지난달 초 2백억원 규모의 콘텐츠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스카이라이프는 투자규모를 내년까지 6백억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최민희(崔敏姬)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은 어느 정도 지나야 가능하므로 당분간 수준 미달의 프로들이 전파를 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질의 콘텐츠 확보를 위해선 속도가 느리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독립 프로덕션을 활성화하고 방송 인력을 양성하는 데 투자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노인·장애인 등 공익적 성격의 채널이나 영화·음악·종교·다큐멘터리 외에 또다른 특화 채널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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