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60에 여자 어려운 줄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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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나이 60에 여성과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사진) 일본 총리가 자신을 "(개혁)저항세력"이라고 힐난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전 외상에 대한 섭섭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22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다나카의 공격을 받은 후 자민당 간부들과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이같이 토로하며 "(헤어지는 법을)좀더 공부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졸지에 저항세력이 되고 말았다"며 씁쓸해 했다.

이 자리에서 당내 대표적인 '저항세력'으로 꼽히는 하시모토(橋本)파의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참의원 간사장은 "총리도 하고 싶은 말은 하는 게 좋다"며 은근히 '반격'을 부추겼다. 고이즈미는 그러나 "내가 본심을 드러내면 큰일난다"며 말을 끊었다.

고이즈미는 22일에는 당내 일부에서 "자민당원인데도 총리를 공개 비판한 다나카를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사람은 비판을 묵묵히 참아야 할 때도 있다"며 말렸다.

1942년 1월생인 고이즈미 총리는 이혼 경력의 독신남. 두살 아래인 다나카는 지난해 4월 자민당총재 선거 때 "고이즈미를 (정치적)부인으로서 지지하고 있다"고 선언했을 정도로 고이즈미와 가까웠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치적 이혼'까지 경험한 셈이다.

도쿄=오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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