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 골인 바로 그맛 펄펄뛰는 회 천국 ④부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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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부산은 바다의 도시다.

오는 6월 4일 그 푸른 바다는 한반도를 뜨겁게 달굴 그라운드의 초록 잔디가 된다. 우리나라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위한 첫 경기인 대 폴란드전이 이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그날 폴란드 골대를 향해 축구공을 몰며 힘차게 뛰는 우리 선수들은 심해(深海)의 활어처럼 거칠 것이 없다. 관중석은 "코리아 파이팅"이란 함성을 지르며 바다가 만들어내는 파도를 탄다.

곧이어 우리 선수가 찬 공이 폴란드 골 네트를 가른다. 그 순간 갓 회를 쳐낸 활어의 진한 맛이 입안을 휘감고 돌아가는 전율이 느껴진다. 우리 전국민이 기원하는 골 맛이 바로 이 맛일게다.

◇생선횟집=부산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생선회.

해운대 바닷가든, 광복동 중심가든 식당가엔 횟집이 빠지지 않는다.

바닷가에서 맛보는 생선회는 갈매기와 부서지는 파도가 운치를 더해줘 한결 맛깔스럽다.

시내 복판에선 횟집 아주머니의 '큰 손'덕에 넉넉한 인심을 맛볼 수 있다. 타지에서 먹는 것처럼 다양한 밑반찬이 없더라도 신선한 재료와 두툼한 회 뜨기에 불만이 없다.

생선회 즐기기의 대표적인 장소는 민락횟집촌.

광안리 해변가 민락동 거리는 온통 횟집이다. 10여층 빌딩이 횟집으로 이뤄진 곳도 있다. 각 건물 1층은 활어 판매장이다. 광어·도다리·도미 등 활어와 해삼·멍게·게불·전복 등 살아 있는 해산물이 가득하다.

"골라보이소." "이 정도면 됐지예."

일단 이곳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부산 '아지매'와 손님들의 호객·흥정 소리가 요란하다. 도다리가 ㎏에 1만5천~3만원. 돌도다리는 4만원~14만. 크기나 자연산 여부에 따라 값 차이가 크지만 그래도 서울 등 다른 도시의 절반 값이다.

이곳에서 횟감을 골라 위층 식당으로 올라간다. 여기에서는 회를 떠주고, 매운탕도 끓여주며, 공기밥과 소주도 판매한다. 초고추장 4천원, 매운탕(대)1만원, 부산소주인 대선주조의 시원(C1)소주는 3천원을 받는다. 소주 한잔 곁들여도 4인가족이 6만~7만원이면 회로 배를 채운다.

민락씨랜드회센터 상우회 정임례 회장은 "민락횟집촌에서 영업하는 도매·소매 상인이 모두 1천여명에 달한다"며 "외적인 규모뿐 아니라 신선도나 가격에 있어서도 이곳은 아시아 최대의 횟집촌"이라고 말했다.

민락횟집촌뿐 아니라 자갈치시장·송도·다대포 등지에도 집단 횟집촌이 형성돼 있다. 가격은 민락횟집촌이나 별 차이가 없다. 어디든 말만 잘하면 멍게·석화·낙지 등을 맛보기로 얻어 먹을 수 있다.

◇복국·곰장어=해산물 음식 중 부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에 복국과 곰장어가 빠지지 않는다. 복국은 부산을 대표하는 속풀이 국물이다. 일반적으로 은복을 쓰는데, 국물이 맑고 개운하다.

살코기는 쫀득하면서 부드럽고 국물은 밍밍하면서 삼삼하다. 고급 어종 참복이 들어간 것은 값이 세배 가량 뛴다.

'포장마차=곰장어'등식에 등장하는 곰장어의 표준어는 먹장어. 먹장어가 불 위에서 꼼지락꼼지락한다고 해서 곰장어란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고추장 양념으로 굽기도 하고 통째로 굽기도 한다. 피란시절 서민음식이던 것이 요즘은 스태미나식으로 각광 받고 있다. 자갈치시장·온천장·광복동 등지에서 성업 중이다. 자갈치시장에선 2~3마리에 1만원을 받는다.

부산=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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