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환율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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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일본 대장성 재무관으로 있을 당시 '미스터 엔'으로 불리며 국제 외환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카키바라 에이스케(사진) 게이오대 교수는 "내년 3~4월에는 달러당 90~95엔까지 엔고(円高)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8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중국) 위안화는 앞으로 2~3년 내에 절상되긴 힘들며 위안화보다 엔과 원의 절상이 먼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에는 달러 약세로 달러당 100엔 정도까지 갈 것"이라고 현 상황을 정확히 예측했었다. 9일 현재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3엔이다.

그의 달러 약세 지속 전망은 이랬다. 미국의 경우 경상수지가 개선되려면 수입이 줄거나 아시아 국가의 고성장이 계속돼 대 아시아 수출이 늘어야 하는데 둘 모두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 2003년과 같이 통화당국이 대규모 시장개입을 한다고 엔고를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달러당 102~103엔선에서 당분간 조정을 받다 100선이 무너지면 한순간에 빠른 속도로 엔고가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수출과 수입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데다 세계시장에서 '생산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놨기 때문에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히려 한국 경제를 걱정했다. 앞으로 국내에서 물건을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는 과거의 수출 의존형 경제구조로는 배겨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어차피 한국이나 일본은 중국.베트남 같은 나라에 쫓기게 돼 있어 이제까지의 수출주도형 구조를 내수주도형 구조로 적절히 전환하지 않으면 현 위상을 유지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또 "일본이 90년대 불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10여년에 걸쳐 아시아에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 생산의 다각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맞서기 위해선 일본과 같은 다각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안화 절상론'에 대해 사카키바라 교수는 "(미국이나 언론 등이) 다소 앞서나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관리들이 위안화 절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래서 열심히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이지, 당장 절상을 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위안화 절상에 대비한 국내 시장 정비에만 적어도 2~3년은 걸리기 때문에 당장 변화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곁들였다. 그는 "중국은 부실채권 문제를 먼저 정리해야 하는 데다 채권시장 정비 등의 문제를 떠안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위안화를 절상하는 등의 조치는 없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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