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수질관리 겉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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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오염총량 관리제가 도입되면 한강 수질오염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3년3개월 전인 1998년 11월 최재욱(崔在旭)당시 환경부장관은 한강 수질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수질오염 총량관리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시·군 자치단체별로 실시되는 이 제도는 '한강특별법'에 근거해 이듬해인 99년 1월 도입됐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이를 시행하는 자치단체는 한 곳도 없다. 이에 따라 '2005년 팔당호 1급수 유지'라는 수질개선 목표에도 차질이 우려된다.

◇수질오염 총량관리제=수도권 2천만명의 주요 식수원인 팔당호 등지의 수질을 1급수로 관리하기 위해 한강 주변의 32개 시·군이 수질개선 목표를 정해 놓고 이를 달성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오염물질을 배출하거나, 개발을 허용하게 하는 제도다.

배출 오염물질을 농도로만 규제할 경우 인구나 오염원이 증가하면 팔당호로 들어오는 오염물질의 전체 양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자치단체는 지역개발에 큰 제한을 받게 된다.

◇자치단체 외면=지역개발에 관심을 갖는 민선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총량관리제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는 자치단체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시장·군수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만 시행토록 자율 규정을 두었다. 또 총량관리제를 도입하는 시·군에 자연보전권역 내의 일부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하지만 지역개발 욕구를 잠재우기에는 그 유인책이 너무 약했다. 자치단체들이 총량관리제를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강 수계 자치단체 중 관련 계획안이라도 마련한 곳은 광주시(경기도)가 유일하다. 하지만 아직 시행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남양주시·양평군·용인시 등도 계획을 수립 중이다.

<그래픽 참조>

◇환경부 대응=팔당호 상류지역 자치단체들은 환경부가 총량관리제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행정규제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부가 총량관리제를 도입할 때까지 해당 지역의 하수처리장 증설이나 도시계획 승인을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환경부와 자치단체가 치열한 의견 대립을 보이는 곳은 광주시다. 환경부는 팔당호 수질을 1급수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주시가 팔당호로 들어오는 경안천 하류지점의 수질을 개선해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의 연평균치를 3.69ppm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시는 처리용량을 초과한 하루 7천t 규모의 오포하수처리장을 증설할 계획이지만 환경부는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는 "아파트나 스키장을 자꾸 지으면 하수처리장을 증설해도 38%에 불과한 광주시의 하수도 보급률이 늘어날 수 없고 오염배출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이다. 환경부 수질정책과 관계자는 "98년 이후 광주시의 인구가 12만명이나 늘었다"며 "하수처리장이 없는 곳에 주택조합 승인부터 내주고는 하수처리장 증설을 요구하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환경부는 지역 여건을 감안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안=전문가들은 자치단체들이 지역개발에만 몰두해 총량관리제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또 환경부는 역시 98년 마련한 수질 목표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여건 변화에 맞춰 새로운 목표 수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창희 박사는 "환경부와 자치단체 사이의 불신·이견을 해소하기 위해 총량관리제 추진협의회를 구성,협의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고려대 최승일 교수는 "총량관리제 도입을 의무화한 뒤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이를 어긴 자치단체들을 제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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