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게임기 내손안에 있소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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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휴대용 게임기 시장의 1인자 자리를 놓고 소니와 닌텐도의 '연말 혈전'이 불을 뿜고 있다.

그동안 전 세계 휴대용 게임기 시장에서 닌텐도는 '게임 보이'시리즈를 앞세워 우위를 점해왔다. 이에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을 앞세워 닌텐도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12일부터 일본에서 시판되는 PSP는 1677만색의 화상처리 능력이 있다. 광디스크를 사용해 음악.영상까지 즐길 수 있어 말 그대로 '엔터테인먼트 휴대 단말기'다.

소니의 구다라기 겐(久多良木健)사장은 "PSP는 21세기의 워크맨"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소니는 PSP를 올해에만 300만대 팔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같은 소니의 공세 뒤에는 주력사업인 디지털가전 부문에서 마쓰시타 등 경쟁기업에 뒤진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수성(守城)에 나선 닌텐도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닌텐도는 지난 2일 신형 휴대게임기인 '닌텐도 DS'를 내놓으며 선수를 쳤다. 터치 패널과 음성인식 등 참신한 조작법을 채택, 버튼을 이용한 기존 조작방식에서 벗어난 제품이다.

'닌텐도 DS'는 위 아래로 접을 수 있는 데다 액정화면도 두 개고, 전용 펜으로 조작한다. 화면 안의 캐릭터에게 이야기를 걸면 캐릭터가 그 소리에 반응해 움직이는 장치도 탑재했다.

이 제품은 일본에 앞서 11월 하순부터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해 1주일 동안 50만대가 팔려나갔다. 일본에서도 지난 한 달 동안 200만대의 예약주문이 몰렸다. 닌텐도는 이에 따라 연내 생산목표를 500만대로 끌어올린 상태다.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하드웨어의 성능면에선 소니가, 조작의 간편함에서는 닌텐도가 우월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 승리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시판 가격은 PSP가 2만790엔, 닌텐도 DS가 1만5000엔이다.

일본의 게임시장은 1997년을 정점으로 위축되기 시작, 2001년부터는 3년 연속 전년 실적을 밑돌고 있다.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세계 게임 업계를 양분하는 닌텐도와 소니가 재격돌하면서 침체한 게임업계가 부활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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