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 찌꺼기 재활용 환경오염물을 '금덩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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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제철소들은 슬래그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다. 슬래그는 용광로에서 철광석 등을 녹여 강철을 만든 뒤 남은 찌꺼기.

우리나라에서도 한해 4백만t이나 나오지만 쓸모가 없어 간척지 등에 매립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묻는 비용이 t당 1만원으로 처리비용만 연간 총 4백억원인데다 슬래그가 토양을 강한 알칼리성으로 바꿔 환경을 오염시키는 문제도 있었다.

인천의 에코마이스터(www.eco

maister.com)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해 세계시장 공략에 나선 중소기업이다.

이 회사는 슬래그를 벽돌 같은 건축 자재의 원료나 폐수 필터의 재료로 가공하는 장비를 만든다. 내다버리는데도 돈이 들던 슬래그를 팔아서 돈을 남길 수 있는 상품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기술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에서도 특허를 얻었다. 또 2000년 초 산업자원부가 선정한'올해의 10대 기술'에 들었으며, 그 뒤 신한은행·대신증권 등 7개 기관으로부터 액면가의 50배로 총 1백억원을 투자받았다.

에코마이스터는 슬래그 처리 장비를 1999년 개발해 그해 포항제철에 설치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세계 유수의 철강회사인 프랑스 유지노사의 마르세유 제철소와 납품 계약을 했다. 현재 설치 공사를 하고 있으며 오는 4월 완공한다.

포항제철로부터 슬래그를 공짜로 공급받고, 전기와 수도도 포항제철로부터 무상 지원받는다.

포항제철 환경에너지부 홍건호 과장은 "슬래그 처리 비용을 아낄 수 있으므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코마이스터는 이렇게 공짜로 얻은 슬래그를 처리해 팔아 지난해 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마르세유 제철소와는 설치비로 우선 25만달러(4억원)를 받고, 향후 슬래그를 건축 자재의 원료 등으로 팔아 남는 수익을 절반씩 나누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에코마이스터 오상윤 사장은 "세계 2위의 시멘트 업체인 라파즈사로부터 슬래그 재처리 물질이 좋은 건축 자재 원료라는 판정을 받았다"며 "라파즈 등이 재처리물의 주요 판매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슬래그 재처리 물질을 이용해 강물을 정화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환경부의 '에코 테크노피아'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6억원을 지원받았다.

실용화 단계에 이르러 최근에는 중국 인민일보와 CCTV가 대주주인 토목·건설 회사인 북경주황방시산신식자순유한공사와 80억원 규모의 하천 정화시설 공사 계약도 따냈다.

오사장은 "신일본제철도 우리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해외 사업 호조로 올해 슬래그 관련 사업의 매출은 지난해의 네배가 넘는 1백5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천=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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