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희 고의로 재판지연땐 신병인도 장기화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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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석희(李碩熙)전 국세청 차장의 한국 송환 여부와 시기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내 및 미국 법조인들은 지난 15일 미국 미시간주 오크모스에서 체포된 李씨 송환에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법원 재판=19일(한국시간 20일 오전 6시)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 연방 지방법원에서 李씨에 대한 인정 신문과 인도 구속영장의 효력 여부에 대한 심리가 진행된다. 현지에서는 李씨에 대한 구금이 풀릴 가능성을 더 크게 보는 시각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에서 인도 구속영장이 유효하다고 판단하면 李씨는 미시간주 관할 연방 법원에서 곧바로 인도 심리 재판을 받게 된다. 단심제인 이 재판은 기한에 제한이 없지만 통상 4~5개월 걸린다. 우리 법무부는 1999년 12월 발효된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미 국무부에 조기 송환 협조 요청을 해놓았다. 그러나 3권분립이 잘 돼 있는 미국의 사법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연방 법원이 李씨의 인도를 결정하고 인도 허가 결정서를 미 국무부로 보내면 국무장관이 최종 송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송환 지연 가능성=李씨는 미국 법에 보장된 '인신보호영장(Habeas Corpus)'제도를 이용해 재판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인도 심리 재판과는 별도로, 자신의 구속이 적법한지를 심리해 달라고 청구하는 것으로 여러차례 낼 수도 있다. 이를 위해 李씨는 이미 변호사를 고용한 상태다. 李씨가 정치적 망명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한 별도 심리가 이뤄질 경우 송환이 더욱 늦어질 수 있다.

◇李씨의 신분도 변수=李씨 송환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칠 요소는 그의 신분 상태다. 우리 법무부는 2000년 3월 여권 무효화 조치를 내려 李씨의 여권은 효력이 정지된 상태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미국 비자가 있어 입국 및 체류에 지장이 없다.

조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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