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희의 색다른 세상] 크리스마스 날 그와 키스하고 싶다면 핑크색을 입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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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달력 위에 빨간 동그라미가 하나둘 늘어간다. 직장 동료와 송년회, 가족.친지와 단란한 모임, 친구들과 동창회, 그와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데이트까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에서 조금 특별한 인상을 남기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리에 어울리는 '연말 컬러'로 승부하자. 옷의 디자인이나 헤어스타일보다 보는 이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것이 바로 '색깔'이다.

남편의 회사에서 부부 동반 송년회가 있는 날. 말로만 듣던 남편의 상사와 동료를 처음 만나는 자리라 조금 긴장이 된다. 더구나 남편은 연초에 있을 인사발령 때문에 요즘 여러 모로 신경이 쓰이는 모양인데…. 이럴 때 나의 컬러는 베이지나 크림색이 적당하다. 옅은 따뜻한 색은 경계심을 풀어주고 호감을 느끼게 한다. 본인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줄 뿐 아니라 함께 있는 사람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효과도 있다. 베이지색 정장이나 크림빛 원피스는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자리에서 부드럽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남편에겐 어떤 색상이 좋을까. 업무상 관련된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이니 감색이 무난하다. 감색은 믿음과 성실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감색 차림이 밋밋하다면 넥타이나 손수건에 포인트 컬러를 주면 된다. 감색과 보색 계통의 빨강.주황을 적절히 사용할 것. 전체 색상이 빨간 넥타이가 부담스럽다면, 어두운 바탕에 밝은 줄무늬를 고르면 된다. 작은 포인트만 살려도 세련된 느낌이 살아난다.

크리스마스 데이트에 어울리는 색상은 역시 핑크다. 특히 옅은 살구색 핑크는 보는 이를 행복감에 젖게 하는 색상이다. 순수하고 섬세한 모습으로 상대방을 매료시키고 싶다면 핑크색 스커트와 재킷에 옅은 살구색 블라우스를 선택하면 어떨까. 크림색 코트에 살구빛 핑크의 긴 스카프를 두르는 것도 여성스러움을 최대한 살려주는 색상 매치다. 립스틱을 이 색상으로 선택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연말 저녁 가장 인기있는 데이트 코스는 뮤지컬 등 각종 공연 관람이 아닐까. 공연장의 분위기와 어울린 예술적인 느낌을 원한다면 보라색을 메인 컬러로 고르자. 보라색 계열은 색채 심리학에서 높은 정신성을 상징하므로 문화.예술적인 취향을 나타낼 수 있다. 특히 파랑이 강한 라일락 보라는 '한 멋'하는 사람들이 잘 소화하는 색이다. 메인을 보라색으로 하고 25%~5%의 면적에 파랑 계통의 포인트를 주는 것도 세련된 멋을 풍긴다.

친지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송년회를 한다면 인테리어 소품으로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자. 우선 부엌 식탁에 주황이나 노랑 등 따뜻하고 화사한 색의 천을 깐다. 이런 색상은 식욕을 자극하므로 같은 음식도 더 맛있게 느껴질 수 있다. 손님들이 모여 앉을 거실에는 붉은색 소품으로 연말 분위기를 낸다. 붉은색을 보면 맥박 수가 증가하고 호흡이 빨라지는 등 들뜨게 되는 경향이 있다. 붉은 색의 쿠션이나 액자로 장식하면 분위기가 좀더 '업'될 수 있다.

이상희

◆ 이상희씨는 이번 주부터 '색(色) 다른 세상'을 연재하는 컬러리스트 이상희(33)씨는 자신의 분야를 '사물에 올바른 색을 입히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일본 오사카의 색채전문학교 CB 칼리지에서 컬러&이미지 컨설턴트 과정을 수료하고 외국인으로는 최초로 일본 문부성 주관의 컬러리스트 공인시험에서 1급 자격증을 땄다. 한국에 돌아와 건축.패션.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컬러 코디네이터로 활약하고 있으며 컬러 전문가를 키워내는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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