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1인실 요금 최고 9배 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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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국내 주요 대학병원 중 ‘1인 병실료’가 가장 비싼 곳은 삼성 서울병원으로 47만5000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싼 조선대병원(5만5000원)의 9배 가까이 됐다.

시민단체인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전국 44개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의 홈페이지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확인해 비교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 병실료가 비싼 7개 병원의 평균은 36만원이었다. 하위 7개 병원 평균인 10만원의 3.6배였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의 김창보 실장은 “비싼 곳은 모두 서울, 싼 곳은 모두 지방 병원”이라며 “소재지와 환자 수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특실은 제외됐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 등은 특실을 많이 운영한다.

복부초음파 진료비는 서울대병원이 26만9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최저인 고신대병원(3만5000원)의 7.7배였다. 진료비 상위 7곳의 평균은 23만7000원으로 하위 7곳 평균보다 3.8배나 비쌌다. 초음파기계의 경우 구입 시점이나 성능에 따른 차이가 반영돼 진료비 차이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진단서나 증명서 가격은 비교적 큰 차이가 없었다. 일반 후유장애진단서와 3주 이상의 상해진단서 가격은 10만·15만·20만원 중 하나였다. 후유장애진단서가 10만원인 병원은 19곳, 상해진단서는 27곳이었다.

서울대병원 측은 “우리 병원의 복부초음파 비용(26만9000원)은 검사실로 이동하기 어려운 영·유아에게 몇 가지 검사를 한꺼번에 실시하는 것을 포함해 책정된 예외적인 경우”라고 밝혔다. 또 “각 병원의 공개 기준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단순한 가격 비교는 소비자에게 혼란만 줄 것”이라고 반박했다.

개정 의료법에 따라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의원 제외)은 지난달부터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해야 한다. 환자들이 사전에 진료비를 예측하고, 의료의 질이나 서비스가 비슷한 병원들 중에 선택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에서다. 김창보 실장은 “주요 병원의 비급여 진료비를 비교해 공개하면 병원들 간의 경쟁을 유발시켜 비싼 곳은 진료비를 낮추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병원 홈페이지에서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병원 중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비급여 진료비’를 안내하는 경우는 인제대의 서울백병원, 일산백병원, 부산백병원, 서울아산병원, 대전 을지대학병원, 영남대병원 등 6곳뿐이었다. 반면 경희대병원 등은 여러 번 클릭을 해야만 비급여 진료비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성남희 사무국장은 “병원들의 진료비 공개 기준이 서로 달라 비교 자체가 힘든 경우도 많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과의 박창규 사무관은 “환자들이 정보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공개 내역을 표준화하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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