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60년간 도자기 한우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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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행남자기 김용주(金容柱·61)회장은 해외 출장 중 호텔에서 식사할 때면 음식을 헤집고 접시 바닥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다. 어떤 브랜드인지 확인하고 스타일은 어떤지 연구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배인이 달려와 음식이 잘못됐는지 묻는 촌극도 가끔 벌어진다.

한국도자기와 함께 국내 도자기 업계를 대표하고 있는 행남자기는 60년간 도자기에만 매달려온 '한 우물'기업이다. 지난해 회장직을 물려받은 金회장은 창업주인 할아버지 고(故) 김창훈 회장, 아버지 김준형 회장에 이어 3대째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행남자기는 이달 초 도자기의 본고장인 경기도 여주에 월 1백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최신 설비의 자동화 공장을 준공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생산량보다 제품 고급화에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모디(Modih)'라는 신규 브랜드로 국내외에 공급됩니다."

모디는 '달라진(modified) 행남'의 약어. 외국인들이 행남이란 발음을 힘들어해 과감히 바꿨다.

여주공장 준공으로 업계 라이벌인 한국도자기와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도자기에 비해 다소 뒤졌던 생산능력이 이제 비슷해졌거나 오히려 조금 앞서게 됐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행남의 올해 매출 목표는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6백50억원. 그러나 金회장의 눈은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에 가 있다. 모디 브랜드 출시에 맞춰 현재 매출액의 30%선에 머무르는 수출 비중을 4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대신 자체 브랜드 수출을 늘리기로 했다.

"국산 자기제품의 질은 영국의 웨지우드, 덴마크의 로열 코펜하겐, 일본의 노리다케 등 외국 명품 브랜드에 비해 손색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문제는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죠." 행남은 올해의 경영 표어를 '디자인 플러스 디자인'으로 정하고 노리다케의 수석디자이너를 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디자인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

"과거 계열사 영업을 하면서 반도체 소재 산업 등 사업 다각화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지요. 그 경험이 오히려 도자기 사랑을 키웠습니다. 적어도 내 대(代)에서는 다른 데 한눈 팔지 않을 생각입니다."

글=이현상,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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