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금리 상한제 "전세난만 부채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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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월세 전환금리 상한제가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등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월세 전환금리 상한제는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빈번해지면서 과다한 월세로 인한 세입자의 피해가 늘어나자,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의원 입법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개정된 법에서는 임대기간 중 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 시행령이 정하는 금리(전세금 대비)를 넘는 수준의 월세를 받을 수 없도록 정했다.

그러나 임대기간이 끝난 뒤 새 임차인과 계약할 경우 전환금리 상한제의 적용을 받지 않게 돼 이 제도의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또 법으로 전환금리 상한선을 정하게 되면 이 상한선이 월세의 하한선 역할을 하는 역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올해가 짝수 해여서 2년 전세기간의 만기가 많은 시점인데, 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집 주인이 종전 임차인과의 임대계약 연장을 기피하도록 만들 뿐 아니라 전셋값 상승세만 부채질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부동산 114의 이상영 대표는 "상한 금리를 정할 경우 이보다 낮은 금리를 받았던 집주인들은 시행령이 정한 금리까지 올려 받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전환금리 상한선을 낮게 정할 경우 이중계약을 체결하게 만들어 실효성은 없으면서 임대시장만 왜곡시킬 것이라고 대표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법무부·재정경제부·건설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전환금리의 상한선을 어느 수준으로 정해야 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주택은행에 따르면 현재 주택 월세는 전세금에서 보증금을 뺀 금액의 연 11~15% 선으로 조사됐다.

국토연구원 윤주현 연구위원은 "힘든 조정과정을 거쳐 월세가 시장기능에 따라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월세 전환금리를 법으로 정하게 되면 주택 임대시장이 다시 동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시장기능에 맡겨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만희 건교부 주택정책과장은 "개정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행령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부분은 법무부가 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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