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엔 대담한 여성사랑 고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밸런타인 데이'하면 일단 '사랑 고백'이란 단어가 떠오르게 마련이다. 평소 수줍음을 많이 타던 여성들도 이 날을 빌려 숨겨 왔던 감정을 조심스레 털어놓곤 했단다.
그러나 광고가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전제를 인정한다면, 그 양상이 변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CF에서 신세대 여성들의 직설적이고 대담한 애정 표현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1. 한 20대 여성이 좁은 통로에서 '꽃미남'을 가로막고 카메라 폰으로 그를 찍는다.'너는 내게 찍혔어'란 의미다. 그런 후 이름을 묻는다. 당돌할 정도로 노골적인 사랑 고백. SK 텔레텍의 휴대폰 '스카이' 광고(사진)다.
#2.'레츠비' 캔 커피 광고. 열차 안에서 마주친 두 사람. 무거운 가방을 들고 쩔쩔매는 최윤영을 보자 벌떡 일어선 신하균, 선뜻 가방을 짐칸에 올려준다. 당연히 고맙다는 인사가 나올 법한 순간에 이어지는 최윤영의 멘트."배꼽이 매우 이쁘시군요." 두 사람 사이로 내레이션 "느낌이 온다"가 흐른다.
반면 남성들의 사랑 고백은 갈수록 부드럽고 감동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터프함의 상징으로 통하던 정우성이 파리크라상 광고에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대표적인 예다.
"넌 물병자리. 너의 물 속에서 사랑하며 헤엄치고 싶어." 열심히 연습한 듯 멋지게 한바퀴 돌면서 내미는 빨간 무스 케이크 위에는 별자리 모양의 초콜릿과 함께 '아이 러브 유'라고 쓴 초가 타고 있다.
'맥심' 커피의 한석규도 부드러움이라면 뒤질 수 없다. 그는 고소영이 일하는 꽃집에 들러 1백 송이의 장미를 산 뒤 "받아주실 거죠"라며 그녀에게 꽃을 한아름 안긴다. 이에 감동한 고소영이 화사한 미소로 프로포즈에 화답한다.
광고기획사인 TBWA코리아 이상규 차장은 "전통적인 '사랑 고백'의 형태가 뒤바뀌고 있는 게 요즘 광고의 추세"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