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팍스콘, 열흘새 122% 임금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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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근로자들의 잇따른 자살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만의 팍스콘이 불과 열흘 만에 900위안(16만원) 수준의 생산직 기본 임금을 2000위안(36만원)으로 파격적으로 올리기로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애플에 아이폰 부품을 공급하는 팍스콘의 열악한 조업환경과 저임금의 실상은 올 들어 중국인 근로자 13명이 투신자살을 기도하면서 드러났다. 자살 사건은 특히 종업원 42만명을 거느린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생산기지인 선전 공장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이에 따라 팍스콘은 지난달 28일 선전 공장 근로자들의 기본급을 20%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근로자들이 이를 거부하자 2일 다시 30% 인상안을 내놨으나 파문이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사태가 커질 것을 우려한 경영진이 파격적인 세 번째 인상안을 마련하게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팍스콘측은 근로자들이 3개월간의 직무평가를 통과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은 다음달 발표된다. 선전 공장 이외의 20여개 생산 현장에 대해선 비슷한 인상폭을 적용하지만 지역 물가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인상률이 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팍스콘측은 “근로자들이 더욱 안정된 수입 기반을 갖게 될 것”이라며 “초과 근무도 크게 줄여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팍스콘의 임금인상으로 애플ㆍ델ㆍ소니 등 팍스콘이 부품을 공급하는 글로벌 기업의 제품들도 원가상승 압력을 받게 됐다. 다이와증권의 켈빈 황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인상폭이 예상했던 것보다 크다”며 “팍스콘의 고객사도 이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금융가에선 중국의 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노동환경과 저임금, 빈부격차에 대한 인식을 높여가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유럽계 투자은행 관계자는 ”유사한 파업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 자주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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