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올해를 '금융소비자 보호의 해'로 규정했다. 13일 증시 공정거래질서 확립방안 발표도 이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각종 금융비리 게이트에서 보듯 금융사고의 피해는 결국 일반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기 때문이다.
◇정보 공유를 공정하게=기업은 기업설명회(IR)를 자주 연다. 그러나 설명회 대상이 기관투자가·애널리스트·언론 등으로 제한돼 일반투자자들은 정보에서 소외되기 일쑤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도입키로 한 '공정공개규정'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2000년 10월 만든 규정을 본뜬 것이다. 증시가 깨끗하다는 미국에서조차 정보공유의 공정성은 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기업이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짜고 주요 경영사항을 알려준 뒤 주가를 띄우는 일이 미국에서도 드물지 않다.
하지만 공정공개 규정을 도입한 뒤 애널리스트의 분석력이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불름버그 통신이 지난해 10월 보도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S&P500 기업의 2001년 1, 2분기 실적과 애널리스트의 예측치를 비교한 결과 1백43개 기업의 실적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무자본 기업사냥꾼에 철퇴=이번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자본도 없이 부실기업을 인수하거나 기업구조조정회사(CRC)를 세운 뒤 이를 이용해 주가조작을 일삼는 '기업사냥꾼'색출 작업이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자금난을 겪고 있는 K사에 대출을 알선해주겠다며 접근, 금고에서 돈을 빌려 경영권을 접수하고는 기업어음 1천8백99억원을 발행한 뒤 횡령한 악덕 기업인이 금감원에 의해 적발됐다.
금감원이 인수합병·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을 악용한 불공정거래 적발에 나선 것도 각종 게이트가 이같은 무분별한 '기업사냥'에서 출발해 불거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도 고객보호를 최우선해야=증권사 직원들이 불공정거래에 연루돼 개미들만 골탕먹는 사례가 늘자 금감원이 이번에 몇가지를 강화했다. 우선 애널리스트나 영업직원들이 종목을 추천할 때 자신들이 그 종목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를 공개해야 한다. 또 증권사가 발행주식의 5% 이상 갖고 있는 종목을 추천할 때도 공시해야 한다. 직원 직계존비속 명의의 계좌도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관리·통제해야 한다.
정선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