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힘빌리기 모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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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평양의 부산한 움직임은 크게 세 가닥이다.
첫째,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직접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챙기는 대목이다.
金위원장은 지난 10일 신임 북한주재 중국대사 우둥허(武東和)를 만나 두 나라 사이의 친선강화를 역설했다. 또 11일과 12일에는 방북 중인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극동지역 대통령 전권대표와 만났다.
정부 외교당국자는 "푸틴 대통령의 친서 전달 등을 통해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발언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북·중,북·러간 교감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북한이 중국·러시아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당국이 잭 프리처드 미 국무부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나 전직 주한 미국대사 일행의 평양방문을 거부했던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둘째, 일본에 대한 화해 제스처도 눈에 띈다.
스파이 혐의로 억류했던 전직 기자인 스기시마 다카시(杉島岑)를 2년여 만에 송환한 것은 "조총련계 신용조합 압수수색과 괴선박 격침사건 등으로 고조된 북·일간 긴장을 누그러뜨리려는 의지를 보인 것"(정부 고위관계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이런 가운데서도 반미·반부시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중앙방송은 11일 부시 대통령을 "정치 무식쟁이이며 악의 화신"이라고 몰아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은 金위원장의 회갑(2월 16일)행사 준비와 함께 체제결속에 부산하다.
러시아에서는 당간부 선물용 보드카 5만병을 수입했고, 중국 단둥(丹東)을 통해 주민들에게 배급할 식용유·설탕 등을 반입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金위원장과 핵심고위층은 잇따른 워싱턴발 대북 강경발언의 여진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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