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에 용량 2배' 무어의 법칙은 古典 "4년내 반도체 빅뱅 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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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1. 회사뿐 아니라 집집마다 홈 서버를 두고 PC·TV·오디오·냉장고 같은 가정용 전자제품을 원격 조종하는 홈 네트워킹 시대.
#2. 손바닥만한 휴대용 컴퓨터로 업무와 가사를 보는 것은 물론 e-메일·전화 등 통신을 할 수 있는 디지털 컨버전스(융합)시대.
#3. 테이프나 콤팩트 디스크(CD)가 아닌 명함만한 메모리 카드에 엄청난 분량의 글자·영상·소리를 담을 수 있는 데이터 저장의 혁명기.
오늘날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보기술(IT)산업의 빠른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폭발하는 '반도체 빅뱅'이 3,4년 안에 올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IT산업의 조역(助役)에 머물렀던 메모리가 이를 주도하는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아울러 제기됐다.
황창규(黃昌圭)삼성전자 사장(메모리 반도체 담당)은 5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3천5백여명의 각국 반도체 전문가들이 참석한 국제반도체학회(ISSCC)의 기조연설에서 이런 내용의 새로운 메모리 성장이론을 발표했다.
黃사장은 "2000년까지 10여년간 메모리 반도체의 비트(용량)수요는 연평균 70% 성장해 왔지만 2005년을 고비로 수요가 그 이상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당분간 PC와 서버·차세대 이동통신 등이 메모리 수요의 주역이겠지만 2005년께 디지털TV·홈 네트워킹처럼 전자 제품·시스템이 대부분 디지털화함으로써 메모리 사용량이 비약적으로 늘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림 참조>
이에 대해 한국반도체산업협회의 황인록 이사는 "PC·이동단말기처럼 메모리가 많이 쓰이는 전자제품의 성장이 한계에 부닥치면서 예전 같은 메모리 산업의 고도성장은 힘들 것이라는 업계의 비관론을 뒤엎는 학설"이라고 평가했다.
黃사장은 정보 저장 수단에 관해 "오늘날 CD·DVD 같은 디스크가 저장매체의 주류지만 앞으로 메모리 카드가 디지털 카메라·MP3 등 모든 디지털 전자제품에 쓰이면서 메모리 반도체가 종전 저장수단을 대체할 것"으로 점쳤다.
그 근거로 201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의 ▶동작주파수가 현재의 네배▶저장밀도는 80배▶정보 전송속도는 10배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을 제시했다.
메모리 위상 변화도 지적했다. 과거 SD램처럼 하나의 메모리가 PC·서버 등에 공통적으로 쓰이는 '범용 표준 메모리'가 주류였다면 요즘은 서버·휴대폰 등에 쓰이는 시스템 솔루션 메모리로 변모하고 있으며 앞으로 퓨전(Fusion·복합)메모리 시대가 온다는 것.
퓨전 메모리란 한개의 메모리가 ▶D램(큰 용량)▶S램(빠른 속도)▶플래시(특수 저장능력)▶비(非)메모리(다양한 성능)기능을 두루 갖춘 것이다.
이번 논문은 黃사장과 삼성전자의 반도체연구소 연구원들이 시장수요에 맞춰 다양한 복합 메모리를 개발, 생산한 경험을 집대성한 것이다.
삼성전자(www.sec.co.kr)의 장일형 전무는 "미국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와 무어의 법칙(18개월마다 반도체 칩의 성능이 두배로 늘어난다는 이론)을 축으로 발전해 온 반도체 기술·산업이 메모리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이론의 취지가 현지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학회에서 인텔·IBM 등도 첨단 반도체 기술에 관한 보고서를 잇따라 내놨다.
특히 인텔은 동작주파수 10기가헤르츠의 차세대 CPU를 선보여 마이크로 프로세서 분야에서의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지는 "CPU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35년간 반도체 시장을 지배해 온 무어의 법칙이 수정돼야 할지 모른다"고 평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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