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봐도 납기 지켜 바이어 신뢰 심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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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서울 삼성동 AID아파트 건너편. 노른자위 땅이라는 이곳에 한 중소기업이 새 사옥을 짓고 있다. 남들이 불황에 시달리던 지난해 착공했고, 올 4월이면 입주한다.
이 회사는 또 지난해 3백50만달러(45억원)를 투자해 중국 칭다오(靑島)에 제3 공장을 짓고 있다.
이렇게 사업을 확장하는 회사는 의류 제조·수출업체인 우수CNS(www.woosucns.co.kr). 중국 공장에서 여성용 니트 의류를 만들어 전부 일본에 수출한다.
신사옥에 새 공장에, 지난해 많은 투자를 했지만 여기저기서 빚을 끌어다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니다. 이 회사 최병갑(43) 사장은 "사옥과 공장 건설로 현재 5억원쯤 은행 빚을 졌는데 다음달에 다 갚을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현금자산으로 시설을 늘리고, 약간 모자라는 부분만 은행에서 빌렸다는 설명이다. 1993년 문을 연 이 회사는 경제가 곤두박질친 지난해에도 매출 2백10억원으로 18.6%, 순이익은 71.9% 성장했다.
최사장은 성장 비결에 대해 "철저한 소액 수출 계약과 현금 결제, 그리고 바이어와의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수출은 약 1천6백만달러. 그러나 계약 건당 평균 금액이 3만달러여서 계약 건수는 2백80건에 이른다. 일본의 한 무역 회사에 1년 동안 모두 1백만달러 어치를 수출하더라도 한꺼번에 계약하지 않고 3만~5만달러를 수십번 계약하는 식이다. "그래야 부득이하게 주문이 취소돼도 경영에 타격이 없다"는 게 최사장의 전략이다.
99년에는 중국 공장의 파업으로 납기를 못 지킬 상황이 있었다. 그러자 최사장은 중국에서 일본까지 배로 운송하던 것을 비행기로 날랐다. 운반비만 1억원이 들어 그 수출 건은 적자였다.
최사장은 "일본 수입업자가 그 사실을 알고는 다음해 주문량을 다섯배로 늘렸다"고 말했다. 손해를 감수하고 신뢰를 쌓은 것이 큰 이득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올 초에는 일본 의류시장의 5%를 차지하는 대형 업체'유니그로'가 거래를 해보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최사장의 대답은 "곤란하다"였다. 현재 생산능력으로 대형 업체와 거래를 하면 기존 바이어들에게 물건을 대지 못해 신뢰가 깨진다는 이유였다.
우수CNS는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외환 선물을 이용하는 '환(換) 리스크 헤징'금융기법도 경영에 도입했다. 1달러에 1천3백원할 때 10만달러 수출 계약을 하고 돈을 받을 때 달러당 1천2백원이 됐다면 앉아서 1천만원을 손해 보는데 이런 것을 방지할 수 있는 게 '환 리스크 헤징'이다.
최사장은 연평균 2백만달러 정도의 환선물을 사 환차손 등에 대비했다. 이 덕분에 연간 2억원 이상의 이익을 더 봤다.
이 회사는 현재까지 미국과 유럽시장에는 진출하지 않았다. 그 지역은 관례상 소액 계약을 안하기 때문. 최사장은 "건당 1백만달러 이상의 계약이 취소돼도 회사가 흔들리지 않을만큼 되면 미국·유럽시장도 공략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회사는 최근 코스닥 심사를 통과했으며, 2월말 등록할 예정이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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