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임 誌 "美 행정부 온건파 패배" 뉴스위크誌 "對北 실제공격 없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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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을 놓고 미국 언론들이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4일 발매된 시사주간지 타임 최근호(11일자)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미 행정부 내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에서 강경파가 승리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뉴스위크 최신호는 미국이 '악의 축' 3개국에 선제 군사공격을 단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온건파 몰락의 산물"='악의 축' 발언으로 가장 난감해진 사람은 미국의 외교를 총괄하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외교수사'와는 거리가 먼 대통령의 발언에 해외 각국, 심지어 동맹국조차 잇따라 의문을 표시했다.
파월은 대통령의 연설원고를 사전 검토한 소수의 각료 가운데 한 사람이지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으로 대표되는 강경파와의 힘 겨루기에서 잇따라 패배, 입지가 약화됐기 때문이다.
타임지는 "'악의 축' 발언은 부시 행정부의 외로운 온건파인 파월 장관이 취임 초부터 추구했던 정책이 거부당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파월은 백악관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북한과의 대화 재개 의사를 거듭 표시했지만 이젠 그런 일은 "생각조차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매파와의 갈등은 최근까지 계속됐다. 파월은 ▶중동사태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고▶관타나모 기지에 이송된 포로의 처우문제에서 제네바 협정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강경파가 득세한 행정부 내에서 그의 입장은 소수 의견에 지나지 않았다.
파월 장관이 지난달 31일 국무부의 주요 간부들을 소집,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지 마라"고 지시한 것은 약화된 그의 입지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실제 공격은 못해"=뉴스위크는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했지만 실제로 미국이 이 세 나라를 겨냥해 군사작전을 개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나라별로 이들 3개국의 위협요소와 현실적 대안 등을 분석하고 "'악의 축' 발언은 수사(修辭)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또 "쥐를 구석으로 몰아붙이는 것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면서 "이라크나 이란뿐 아니라 북한에까지 군사공격을 하면 오히려 미국이 피하고자 하는 파국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북한의 경우 한두 개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재료를 갖고 있고 약 50기의 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뉴스위크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의 군사계획은 모두 북한이 남한을 침입, 파괴행위를 시작함으로써 전쟁을 도발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며 "미국의 선제공격에 대한 전망은 한국의 반대 가능성을 감안할 때 그다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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