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검찰'날개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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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의 부실 수사는 검찰 조직 전체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정현준·진승현·이용호 게이트는 하나같이 재수사로 이어졌고, 이는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악화시켜 검찰총장을 중도에 하차하게 만들었다.
서울지검 특수2부는 2000년 10월 한국디지탈라인 사장 정현준씨와 동방금고 부회장 이경자씨가 자신들의 신용금고 돈 2천여억원을 불법대출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국정원 간부들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1년 가까이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李부회장 등은 당시 검찰 조사에서 "김은성 국정원 2차장과 김형윤 국정원 경제단장에게 각각 1천만원과 5천5백만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당시 서울지검 수뇌부는 수사 검사의 수사기록서를 장기간 보관하는 방법으로 수사를 지연시켰다. 뒤늦게 언론에 보도되자 '뒷북 수사'에 나서 金 전 국정원 경제단장을 알선수재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또 서울지검 특수1부도 같은해 12월 진승현씨의 횡령혐의를 수사하면서 陳씨가 MCI코리아 회장 김재환씨를 통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인 혐의를 포착하고도 수사를 묵살한 의혹을 샀다.
당시 수사에서 김재환씨는 총선자금을 건넨 정치인들의 명단 중 일부 진술했으며, 또 다른 관련자들은 신광옥(辛光玉)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과 정성홍(丁聖弘)전 국정원 경제2과장의 연루사실을 밝혔으나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김재환씨와 정성홍 전 경제2과장 등 국정원 관계자들 사이의 내부 갈등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검찰은 또 다시 재수사에 착수해야만 했다.
검찰은 재수사에서 신광옥 전 민정수석과 국정원 고위 간부들의 혐의를 밝혀냈으나 김재환씨가 미국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정치인들의 금품수수 여부에 대한 수사는 답보상태다.
이용호씨 사건은 서울지검 특수2부-대검중수부 수사에 이어 특검이 세번째 수사를 벌이고 있다.
2000년 5월 서울지검 특수2부는 李씨의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불입건 결정을 했고, 이듬해 대검 중수부는 李씨의 혐의를 밝혀냈으나 정·관계 로비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지 않아 특검이 도입되는 망신을 겪어야만 했다.
검찰의 이같은 부실수사는 현직 고검장 등 검찰 간부 세명은 물론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이 취임 8개월 만에 물러나게 했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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