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에 수사중단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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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가 지난해 국가정보원 간부를 통해 이용호(李容湖)씨 사건 수사를 확대하지 못하도록 당시 신승남(愼承男)검찰총장에게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의혹의 줄거리는 이용호씨 구속 직후인 지난해 9월 이형택씨가 李씨측으로부터 愼전총장 동생에게 거액을 송금한 내역이 담긴 통장사본을 넘겨받아 김형윤(金亨允) 전 국정원 경제단장에게 전달했고,金전단장이 愼전총장을 만나 수사가 확대되지 않도록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愼전총장은 문제의 통장 사본을 보지 못했을 뿐 아니라 金전단장이 자신을 찾아온 적도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형택씨측도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리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용호씨에 대한 지난해 대검의 수사 결과가 차정일(車正一) 특검팀 조사로 속속 뒤집히고 있음을 감안하면 가벼이 넘겨버릴 일이 아니다. 검찰은 愼전총장의 동생 신승환(愼承煥)씨와 이형택씨를 모두 무혐의 처분한 반면 車특검팀은 이들을 차례로 구속한 게 단적인 예다.
이용호씨가 지난해 10월 검찰 특별감찰본부에서 수사 중단 압력과 관련한 진술을 했으나 이를 조서에 올리지 않은 채 묵살했다는 의혹도 규명해야 할 대상이다. 고의로 조서에 올리지 않았다면 은폐·축소 수사가 아닌가. 물론 특감본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총장과 관련한 사항은 감찰 대상이 아니었으며 李씨도 그런 진술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주변에는 李씨측에서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愼전총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던 것으로 알려져 어쩐지 석연치가 않다.
정보기관 간부가 검찰 총수를 압박했다면 이는 검찰의 수사권 독립에 대한 중대한 침해 행위다. 車특검팀은 이같은 의혹들을 한 점 남김없이 규명함으로써 이번 사건이 검찰 '홀로서기'의 발판이 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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