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막내 이승렬과 김보경, 홍명보·황선홍 보는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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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호 06면

21살 동갑내기 이승렬(서울)과 김보경(오이타)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 나설 허정무팀의 막내들이다.

이들에게서 20년 전 황선홍(부산 아이파크 감독)과 홍명보(올림픽팀 감독)의 냄새가 난다. 대표팀 막내로 나란히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 나선 황선홍과 홍명보는 훗날 ‘H-H라인’을 이뤄 한국 축구를 상징했다. 2002 한ㆍ일 월드컵 때 황선홍은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한국의 월드컵 첫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을, 홍명보는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4강 진출을 결정한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켰다.

이승렬과 김보경은 남아공으로 가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이들은 어린 시절 허 감독이 지도한 꿈나무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10년 전 대표팀 감독 자리에서 물러난 허 감독은 경기도 용인에 축구센터를 세우고 후진을 양성했다. 이승렬과 김보경은 허 감독이 처음 받은 제자들이다.

2008년 K-리그 신인왕 이승렬은 수상 소감에서 “내 마음 속에 있는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허 감독이었다. 허 감독은 신정초등학교에서 태권도와 육상을 하던 이승렬의 재능을 알아보고 용인시축구센터 산하의 원삼중학교로 스카우트했다. 이승렬이 신갈고 3학년 때 대학 진학과 K-리그 입단을 두고 고민하다 찾아가 조언을 구한 이도 허 감독이었다.

허 감독은 1월 9일 잠비아와 평가전에서 이승렬을 A매치에 데뷔시켰다. 이승렬은 2월 동아시아대회 홍콩과의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더니 한ㆍ일전에서도 골을 넣었다. 지난달 16일 에콰도르와 평가전에서도 결승골을 뽑았다. A매치 8경기에서 3골. 허 감독은 이승렬을 남아공 월드컵 후반 조커로 활용할 생각이다.

어린 시절 또래들보다 키가 작았던 김보경은 아버지의 반대로 축구를 포기할 뻔 했다. 그때 허 감독이 김보경의 아버지를 설득했다. 어렵게 축구를 시작한 김보경은 기술이 뛰어난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파라과이와 16강전 때는 결승골을 뽑아냈다. 그의 왼발은 승부처에서 킥을 맡겨도 좋을 만큼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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