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방한하는 무디스 평가단 한국 너무 잘알아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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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을 너무 잘 알아서 오히려 더 까다롭다."
오는 25일 방한하는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의 책임자들이 한국을 잘 아는 지한파(知韓派)여서 재정경제부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무디스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나 피치 등 다른 신용평가기관보다 신용등급을 짜게 매기는 데다 담당자들이 한국에 산 경험이 있어 우리 경제의 문제점을 잘 집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기 때문이다.
평가단을 이끌고 있는 토머스 번(56·사진)국가신용평가담당국장은 1970년대초 저개발국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단체인 '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한국에서 2년간 살았다. 은행신용을 평가하는 브라이언 옥(38) 은행평가팀장도 92~93년 옛 재무부에서 자료를 영어로 번역하는 에디터로 일했다.
한국과의 인연이 등급을 잘 받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지만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 오히려 더 껄끄럽다는 게 재경부의 생각이다.
토머스 번 국장은 외환위기 이전에 다른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에 대한 국가신용등급을 후하게 줄 때도 다른 회사보다 한 등급 낮추는 등 깐깐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S&P와 피치가 지난해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올렸지만 그는 99년 12월 이후 요지부동이다.
재미동포로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브라이언 옥 팀장도 재무부 에디터 시절 한국 금융의 현안과 문제점을 자세히 들여다본 경력이 있어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그는 2년 전 우리 경제가 호황을 나타내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경제의 구조조정은 아직 멀었다"는 보고서를 내 정부를 긴장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들은 옆에서 우리끼리 한국말로 속삭이는 것도 알아듣기 때문에 평가를 받기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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