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봉쇄 진전 … 희망 살아난 멕시코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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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영국 석유회사 BP가 멕시코만 원유 유출을 막기 위해 새로 시도한 ‘뉴 플랜’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됨에 따라 기름 유출 차단 작업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4일 보도했다.

BP 측은 “현재 절단된 해저 유정 파이프에 차단돔을 씌우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차단돔이 제대로 작동하게 되면 유출되는 원유의 상당량을 수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BP는 하루 전 유압 절단기를 사용해 유정 파이프를 자르는 데 성공했다. 원유 유출을 막기 위해 해저 유정에 점토 성분의 액체를 쏟아붓는 ‘톱 킬’ 작업이 실패한 뒤의 성과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 멕시코만 피해 지역을 세 번째로 방문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사태에 대한 조치를 점검하기 위해 사고 지역을 다시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3일 CNN의 토크쇼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해 “이번 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해 몹시 화가 난다”며 “사고를 낸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또 “원인 제공자가 그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그들에게 확실하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내 임무”라고 강조했다.

미 정부는 BP 측에 원유 유출에 따른 방제작업 비용으로 6900만 달러(약 830억원)를 청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청구한 금액은 1차분에 불과하다”며 “향후 발생하는 비용에 대해서도 추가 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앞서 방제작업 비용과 어민들에 대한 피해 보상금 등을 모두 BP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심해에서의 새로운 석유시추를 금지시켰다. 얕은 바다에서도 새로운 안전 규정에 따른 계획서를 제출해야만 시추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멕시코만 지역에서는 바다의 깊이에 관계없이 새로운 조치가 있을 때까지 신규 시추작업을 전면 금지시켰다.

한편 미 국립대기연구센터(NCAR)는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 예상 지역을 컴퓨터로 모의실험한 결과 기름띠가 몇 개월 동안 미 동부해안을 따라 수천㎞를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름띠로 인한 피해가 플로리다 연안뿐 아니라 미국 동부 해안 상당 지역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센터 측은 “실험 결과 기름띠가 순환 해류를 타고 플로리다를 지나 노스캐롤라이나까지 거슬러 올라갔다가 대서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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