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물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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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Q : 시부모님을 모시며 살고 있는 둘째 며느리입니다. 직장생활 하는 남편의 수입이 뻔한 가운데도 시부모님껜 지난 10년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그런데 맞벌이인 손윗동서는 두세달에 한번 찾아올 뿐인데도 백화점에서 샀다는 선물을 들고 나타나면 어머님은 너무 좋아하시며 칭찬이 입에 마르지 않습니다. 심지어 제가 사드린 옷을 가리키며 "시장에서 산 거와 역시 다르다"고 하셔서 자존심이 상합니다. 요즘엔 원망스럽다 못해 화병이 날 정도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 시부모님이 자식이나 며느리들에 대한 호감 정도가 달라 그렇게 표현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맏아들에 대한 믿음이 강한 부모인 경우 더 그럴 수 있죠. 하지만 시어머니의 반응에 스스로 너무 민감한 것은 아닌지도 차분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대인관계에 대한 강박관념이 강한 편입니다.

남성은 주로 스스로 정한 목표에 못 미치거나 실패할 때 우울증을 겪는 반면, 여성은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평가나 대우에 상처받고 마음의 병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칭찬받거나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남성보다 더 강한 거죠.

특히 전업주부들은 맞벌이 여성에 비해 가사와 가족관계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에 비해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 때문에 대부분 불만을 갖고 있습니다. 일종의 '좋은 며느리' 콤플렉스라고 볼 수 있지요.

만약 그런 경우라면 가능한 한 며느리께서 마음을 비우실 것을 권합니다.

시부모님께 칭찬과 같은 어떤 대가도 바라지 마세요. 거기에 자꾸 얽매이면 스스로 더 힘들 뿐입니다.

그리고 시어머님도 함께 사는 둘째 며느리를 더 가깝게 느끼기 때문에 표현을 따로 안할 뿐 진심은 알고 계실지 모릅니다.

다만 이때 중요한 것은 남편의 역할입니다. "당신은 더 잘 하고 있으니 서운해 하지 마","우리 부모님 잘 모셔줘서 정말 고마워"하고 자꾸 아내를 토닥여 주세요. 그런 말 몇 마디가 아내에겐 큰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김준기 <한국결혼지능연구소 부소장.'마음과 마음'신경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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